위기 극복에 'CEO 변화' 칼 빼든 카카오·엔씨

이재현 기자 2023. 12. 15. 05: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플랫폼·게임 기업 카카오와 엔씨소프트가 최고경영자(CEO) 변화를 예고했다. 사진은 (왼쪽부터)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와 박병무 엔씨소프트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엔씨소프트
사법리스크와 내홍, 실적 및 주가 악화 등 위기를 맞은 국내 플랫폼·게임 기업들이 사령탑을 교체하거나 공동 대표 체제를 택하는 등 최고경영자(CEO) 구성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는 각각 투자 전문가 영입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미래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업계 안팎에선 현 경영진과 가까우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을 CEO로 내세운 점에서 리스크 대응 관련 쇄신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 첫 여성 CEO… "쇄신 끝이 아닌 시작돼야"


카카오는 지난 13일 투자 및 위기관리 역량을 보유한 벤처캐피털(VC) 업계 전문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신임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고 발표한지 이틀만이다.

정신아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AI·로봇 등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투자에 주력했다.

정 내정자는 올해 3월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 사법리스크 이후 지난 9월부터는 컨트롤타워격인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쇄신의 방향성 논의에도 참여 중이다. 카카오의 첫 여성 CEO인 정 내정자는 쇄신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멈추고 기술과 핵심사업에 집중,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가 구속된 상황에서 정 내정자는 투자 리더십까지 발휘해야 한다. 카카오 조직을 안정화하고 AI 등 핵심산업에 집중하는 것도 시급하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는 동안 연내 공개를 예상했던 카카오의 생성형 AI 발표 시점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카카오의 경영 및 사법 리스크가 회전문 인사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만큼 계열사 CEO 교체도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카카오 노조는 "이번 카카오 대표교체는 쇄신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또 다시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거나 사퇴한 임원들에 대한 특혜가 발견되는 경우 노사관계를 비롯해 카카오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를 대표로…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체제는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199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단독경영에서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지금까지 창업자 김택진 대표의 오너 일가 중심 경영구조를 깨고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와의 투톱 체제를 택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1961년생인 박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수석 졸업한 법조인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김 대표와 대일고·서울대 동문 사이이기도 한 그는 엔씨소프트와 인연이 있다. 박 내정자는 2007년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후 2013년엔 경영 자문 역할을 하는 기타비상무 이사로 선임됐다.

16년 동안 엔씨의 사외이사 및 기타비상무 이사를 맡은 박 내정자에 전권을 나누기로 결정한 건 엔씨의 위기 상황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씨의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은 1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감소했다. 지난 7일 신작 쓰론앤리버티(TL)를 출시했지만 이용자 초반 반응이 미지근한 탓에 지난 14일 주가는 출시일(26만1500원) 대비 13% 하락한 22만8500원을 기록했다.

엔씨 관계자는 "아직 후보자 상태이기 때문에 박 내정자의 선임 및 공동 대표의 역할 등은 내년 이사회와 주주총회 이후에서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씨가 박 내정자의 선임을 통해 김 대표의 아내 윤송이 사장(최고전략책임자·CSO)과 동생 김택헌 수석부사장(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중심의 오너 일가 영체제를 완화하고 가족경영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엔씨의 가족 중심 경영을 두고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사업 성과 대비 보수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엔씨의 엔터 사업 일환이었던 클렙의 대표를 맡은 바 있다. K팝 아티스트 팬덤 플랫폼인 유니버스 서비스에 공을 들였지만 클랩은 2021년 영업이익 17억원에서 2022년 영업손실 4억원으로 적자전환하는 등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김 수석부사장은 결국 지난해 말 클렙 대표직에서 내려왔으며 엔씨는 지난 1월 유니버스를 디어유에 매각했다.

그러나 엔씨는 지난해 김 수석부사장에게 57억3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경영 논란이 계속되자 엔씨 노조는 지난 4월 노조 출범을 공식화하며 "엔씨소프트의 핵심 가치인 도전정신, 열정, 진정성이 훼손됐다"며 "가족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적·관료적 문화가 실패를 덮고 그 책임을 사원에게 전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