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또 버텨보자

배규민 기자 2023. 12. 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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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올해가 최악일 줄 알고 버텼는데 내년이 더 두렵네요."

일정이 정해져 자료를 공유하는 건설사조차 "바뀔 수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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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올해가 최악일 줄 알고 버텼는데 내년이 더 두렵네요."

최근 건설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원래 이맘때면 내년 분양물량과 해당 단지가 정해진다. 언론은 내집 장만을 계획하는 예비청약자들을 위해 분양예정 단지들을 소개하는데 올해는 자료를 요청하면 "아직, 미정"이라는 답변이 자주 돌아온다. 일정이 정해져 자료를 공유하는 건설사조차 "바뀔 수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만큼 내년도 부동산 시장이 예측불허라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했다. 올해 2분기부터 살아나는 듯했지만 3분기 후반으로 가면서 또다시 주춤한다. 가격이 일부 회복하고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거래량은 다시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래량은 7만6906건이다. 8월 8만7378건, 9월 7만9083건 2개월 연속 줄었다. 분양시장은 양극화가 뚜렷하다. 서울 핵심입지는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지만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쌓인다. 자잿값 인상, 금융비용 증가 등에 분양가를 낮추지 못하는 사업장은 미분양을 각오하고 분양에 나서는 곳도 있다.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건설업도 흐림이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다. 수주하고 공사를 해야 사업이 돌아가는데 멈춰 있다. 수주하더라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한 중견사는 자금조달이 여의찮아 시공권을 대형사에 넘겨주고 조합으로부터는 위약금을 받았다. 회사 내부적으론 시장이 불투명한데 리스크를 안는 것 보다 차라리 위약금이라도 챙기는 게 낫다는 자조 섞인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온다. 일거리가 줄어들면 인적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직장을 잃는 가장도 늘어난다.

내집 장만을 고민 중이거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해서 집을 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희망하는 갈아타기 수요도 고민이 크다. 주변 영끌러를 보면 늘어나는 대출부담에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한다. 무주택자들은 집을 장만하고 싶은데 높은 금리와 대출한계 때문에 망설인다. 갈아타기 수요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지금의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는 게 집값이 올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살 사람은 사고팔 사람은 팔고 활발히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지금은 관망세가 짙다. 시장을 움츠러들게 한 가장 큰 요인은 '금리'다. 다행히 미국이 내년에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금 금리가 정점이라 언급하며 빠르면 내년에 3차례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인하를 확인한 후 내년 2분기쯤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내년 부동산 시장은 1년 전 이맘때처럼 안갯속이다. '그럼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솟아날 구멍을 찾아 버티는 수밖에 없다. 올 한 해 잘 버틴 건설업을 응원한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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