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탁구 끝판왕'도 쩔쩔 맸던 韓 미남 스타, 끝내 눈물 참지 못했다 "현역에서 떠나지만..."
정영식은 14일 충청남도 당진에 위치한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77회 신한SOL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IOC위원 업무 탓에 참석하지 못한 유승민 회장을 제외한 대한탁구협회와 소속팀 관계자들, 선·후배 선수들, 정영식 팬클럽 회원들까지 수많은 탁구인들이 함께한 가운데 아들을 탁구선수로 이끈 부모님 정해철·노순덕 씨도 현장을 찾아 의미를 더했다. 소속팀 미래에셋증권의 후배 선수들은 별도의 영상으로 존경을 표했다.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 이상수(삼성생명)와 서효원(한국마사회) 등 선배 선수들 그리고 소속팀 미래에셋증권의 총감독인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도 같은 영상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정영식을 격려했다.
정영식은 은퇴 소감으로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선수 생활 동안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많았는데 늘 이렇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버텨낼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식적으로 선수 생활은 접지만, 내가 탁구계에서 할 일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선수 시절 경험을 살려 한국 탁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선·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는 끝까지 말을 맺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정영식은 "선수로서 생활이 쉽지 않고 늘 많은 부담을 안게 되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열심히 뛰어주는 것에 대해 선·후배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코트를 떠나지만, 동료로서 함께하면서 늘 응원하겠다"고 어렵게 말을 마쳤다.
기도 한 김택수 부회장이, 액자는 종합대회 개최지인 충남탁구협회 오원태 회장이 전했다. 탁구 전문지 월간탁구 또한 정영식의 실업무대 첫 우승 당시 모습과 사인볼을 별도 선물로 전했다. 실업연맹을 대표한 유남규 남자국가대표팀 훈련단장(한국거래소 감독)과 개최지 당진시의 오성환 시장도 현장에 나와 꽃다발을 전하며 정영식의 마무리와 새출발을 축하했다.
정영식은 오랫동안 한국 남자탁구를 지탱해 왔다. 선수를 꿈꿨던 부친을 따라 일찍 라켓을 잡은 그는 빠르게 성장해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고등학생이던 2007년부터 이미 성인대표팀에 합류해 약 12년간 붙박이로 맹활약했다.
그가 이뤄낸 전적은 일일이 나열이 어려울 정도다. 2015년 코리아오픈 3관왕, 2018~2019 호주오픈 2연패 등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를 다수 석권했으며, 2011년부터 꾸준히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2016, 2018년 한국의 연속 4강에 기여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단체전 연속 은메달 기록을 이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리우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국탁구를 대표했다. 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중국의 당대 최강 마룽(35), 장지커(35) 등을 상대로 엄청난 접전을 벌이면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대표적인 경기가 마룽과 2016 리우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16강전이었다. 당시 마룽은 세계랭킹 1위이자 중국 탁구 전성기라 불리던 쉬신, 장지커 등에게 강해 '중국 탁구 끝판왕'으로 불리던 선수였다. 하지만 정영식은 그런 마룽을 상대로 첫 두 세트를 내리 따내고, 세트 스코어 2-2에서도 5, 6세트를 모두 듀스까지 가는 혈투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최종 세트 스코어 2-4로 패해 탈락했지만, 이후 금메달까지 수확한 마룽이 가장 쩔쩔맸던 상대 중 하나가 정영식이었다.
정영식은 복식 스페셜리스트로서도 각종 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먼저 은퇴한 김민석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년 로테르담 세계선수권,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동메달, 아직도 현역에서 뛰는 선배 이상수와 함께 2015년 아시아선수권 은메달, 2016년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 우승, 2017년 세계선수권 동메달, 2018년 월드투어 3관왕 등 숱한 전적을 쌓았다.
훤칠한 외모로 국제적으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미남 스타였다. 정영식은 2017년 2월에는 생애 최고 랭킹인 7위에 랭크됐고, 같은 기간 결산무대인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012년, 2014년, 2016년 세 번이나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2012년과 2016년 대한탁구협회 선정 MVP를 두 번이나 수상했고, 최근인 2022년 KTTA 어워즈에서는 남자탁구 인기상을 수상하는 등 선수 생활 말미에도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화려한 전적 이전에 정영식은 '성실한 선수'로 더 유명했다. '연습벌레'로 통할 만큼 오로지 탁구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근면과 노력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실전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근성으로 숱한 풀-게임 역전승부를 연출하면서 '지지 않는 선수' 로 불렸다.
대한탁구협회는 "한국 남자탁구의 인기를 오래 견인했던 스타 '빵식이' 정영식은 앞으로 미래에셋증권 남자팀 코치로서 우형규, 박규현, 오준성 등 미래에셋증권의 젊은 선수들 육성에 힘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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