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이들을 바라보는 일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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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제목을 곱씹는다.
목격의 사전적 의미는 '눈으로 직접 봄'이다.
사람이 사람을 목격한다는 것.
(직시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진실한 모습을 정확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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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목격한 사람
고병권 지음 l 사계절 l 1만6800원
모호한 제목을 곱씹는다. 목격의 사전적 의미는 ‘눈으로 직접 봄’이다. 사람이 사람을 목격한다는 것. 얼핏 단순한 그 행위로 쓰인 글은 짧지만 밀도가 높다.
직시 끝에 나온 문장들은 생각을 뒤집는다. (직시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진실한 모습을 정확히 봄’이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 장애가 있는 자식을 살해한 부모의 소식을 우리는 종종 접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남긴 ‘오죽했으면…’이라는 댓글은, 야학에서 공부하는 중증 장애인에겐 “자신들을 향한 살인 면허로 받아들”여진다.
장애인, 노동자, 외국인, 동물, 자연까지… 목격되는 이들과 목격하는 저자는 결국 ‘우리’와 ‘함께’ 같은 단어로 묶인다.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해도 빠져나가는 부분이 생긴다. (중략) 우리 안에 우리 아닌 존재를 품고 있기에 우리는 언제나 우리 이상”이라는 문장이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소외된 주체를 목격하는 일이 구멍이 뻥뻥 뚫린 우리를 채운다.
밀려난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했지만, 정작 저자는 자신이 슬픔을 바라보는 “세 번째, 네 번째 자리에” 있다 여긴다. 그 표현을 보며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을 방치”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나는 몇 번째쯤에 있는지, 내가 ‘우리’가 되기 위해 좁혀야 할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다. 김용균씨 사망 사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 새만금 간척 등 책에 담긴 이야기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는 현실에 독서보다 고민이 길어질 수도 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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