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과 경계 넘나든 삶…이현주 목사 팔순 기리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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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발언으로 종교재판을 앞둔 변선환 전 감리교신학대 학장에게 주변 사람들은 이런저런 살길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제자인 이현주 목사만은 '선생님, 그냥 죽으시라'는 조언을 건넸고, 선생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가 말한 '노다지'에 이현주 목사가 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현주와 만난 사람들'은 올해 팔순을 맞은 이현주 목사의 주변 사람들이 그와의 인연을 털어놓고 그가 쓴 책들에서 얻은 깨달음을 소개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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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와 만난 사람들
이정배와 스물일곱 사람 지음 l 삼인 l 1만6000원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발언으로 종교재판을 앞둔 변선환 전 감리교신학대 학장에게 주변 사람들은 이런저런 살길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제자인 이현주 목사만은 ‘선생님, 그냥 죽으시라’는 조언을 건넸고, 선생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1992년 감리교에서 제명된 변선환 교수는 마지막 설교 중에 “나는 죽지만, 내 제자들은 노다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노다지’에 이현주 목사가 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현주와 만난 사람들’은 올해 팔순을 맞은 이현주 목사의 주변 사람들이 그와의 인연을 털어놓고 그가 쓴 책들에서 얻은 깨달음을 소개한 책이다. 이현주 목사는 감리교 목사이자 동화작가이며, 공동번역성서 번역에 참여한 성서학자이지만, 불교와 유교, 도가 등 기독교 바깥의 가르침에도 귀를 열어온 이였다. 변 학장이 고초를 겪을 즈음, “교회 안에도 구원이 있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스승을 옹호했던 그는 스승 못지않게 틀과 경계를 거부해온 ‘교계의 혁명가’였다. 그가 쓴 ‘노자 소감’의 이런 대목을 보라.
“같은 것을 가리켜 어떤 이는 ‘진리’라 부르고, 어떤 이는 ‘참된 나’라 부르고, 어떤 이는 ‘무’(無)라 부르고 어떤 이는 ‘하느님’이라 부르는데 모두 임시변통으로 부르는 가명(假名)들이니 무슨 상관인가?”
‘이현주와 만난 사람들’에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스님과 문인, 기자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지닌 이들이 필자로 참여한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여동생이 소개하는 성장기의 이현주 목사,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목사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않으며 목사의 일방적인 설교를 배제했던 ‘공존교회’의 실험 등이 특히 흥미롭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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