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구세주' HBM 경력자 모셔라…삼성·SK '스카우트 전쟁'

강태우 기자 2023. 12. 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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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핵심 '패키징' 인력 확보 총력전
"딱 맞는 경력자 아니어도, 저연차여도 무관"…인력 재배치로 내부 수혈도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얼마 전 A사 ○(패키징 관련 부서)팀으로 이직 제안을 받았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직무로 오퍼를 받은 건 처음이다."

반도체 회사에 근무 중인 B씨는 최근 경력직 이직을 제안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상 링크드인, 리멤버 등 취업 플랫폼을 통해 헤드헌터가 반도체 경력자들에게 'DS(반도체)부문, 메모리, 파운드리' 등 포괄적 범위로 오퍼를 주면 지원자가 알아서 직무를 골라 쓰는 게 일반적이다.

B씨는 A사로부터 해당 팀에서 구체적으로 맡을 세부 직무에 대해서도 매우 상세한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현재 담당 직무와 A사가 제안한 세부 직무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A사가 차세대 메모리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핵심인 패키징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최근 '패키징 인재 모시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HBM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양사가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HBM 경쟁력을 더 강화하고 시장 우위를 잡으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과 2~3년 전에도 경쟁적으로 성과급, 임금 인상을 단행하며 반도체 인력 확보에 나섰다. 이번에는 인재 확보 전쟁이 HBM이라는 세부적인 전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 PKG(패키징)팀 직원이 작업하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올 한해 두 회사 모두 반도체 적자로 고전하고 있지만, HBM이 실적 개선의 '구세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와 관련한 패키징 인력 수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HBM 업무를 맡은 직원 외에 다른 메모리 업무를 수행하는 경력자들도 가리지 않고 모셔가겠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첨단 패키징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건 이유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HBM이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어서다. HBM은 D램을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개선한 메모리다.

패키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4세대 제품인 HBM3 이후 나올 5세대, 6세대 등의 제품군에서는 칩 간 연결성·효율성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본딩과 같은 신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TSV(실리콘관통전극) 등 패키징 공정 기술은 없어선 안될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8일 경력사원 모집 공고를 마감했다. 모집 분야는 △메모리사업부 △시스템LSI 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등 3곳을 포함해 △설비기술 △제조담당 △AVP사업팀 △SAIT(옛 종합기술원) 등 총 11곳으로 사실상 전 사업부 채용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주부터 경력채용 서류 접수를 진행 중이다. 모집 분야는 △D램 설계 △PKG(패키징) 개발 △품질보증 △상품기획 등 총 28개 직무다. 이 가운데 패키징 개발은 16개 직무를 뽑는데 대다수가 HBM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D램 설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대부분 업무가 HBM에 집중된 셈이다.

삼성전자 온양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선 이미 HBM3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를 바짝 추격하는 삼성전자는 패키징 핵심 인력을 영입해 시설투자 등에 역량을 총집결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패키징 사업의 거점인 온양·천안캠퍼스는 현재 HBM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다. 또 지난해 패키징 전담 조직으로 만들어진 AVP(어드밴스드패키징)사업팀이 이곳에 있다. 올 3월엔 대만 TSMC 출신의 린준청씨를 AVP사업팀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SK하이닉스도 손을 놓을 수 없다. '선두'라는 업계 평가와 별개로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 공고히 하고자 패키징 인력을 안팎으로 충원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를 비롯해 외부에서 핵심 인력을 영입할 경우 약 1년간 조직도에 사진, 본명(한글 이름) 등을 공개하지 않고 영어로 표기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내부에서도 인력을 수혈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 P&T(PKG&Test) 조직 산하 웨이퍼레벨패키지(WLP) 사업부는 '사내 커리어 성장 프로그램(CGP)'의 일환으로 후공정 기술 인력을 재배치했다. TSV 공정 및 장비 쪽 인력을 많이 뽑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입·주니어 직원 모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절대적으로 적은 국내 반도체 전공자를 선점하고, 연차가 낮은 경쟁사 직원을 데려와 재교육시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직접 대학캠퍼스를 찾아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AVP사업팀이 대학을 순회하며 독자적으로 채용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또한 양 사 모두 경력채용 우대조건의 유관경력 기준을 기존 '학사학위 취득 후 4년 이상'에서 '학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으로 완화했는데, 채용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HBM이 새로운 제품이라고 해도 기존 D램 설계와 같은 메모리 및 패키징 업무와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며 "그런 경력자들을 최대한 많이 뽑아 교육시킨 뒤 업무에 투입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bur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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