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선농산물 생산연도 표시제’ 왜 고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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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투명 포장 농산물에 생산연도 표기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전형적인 과잉 규제라는 지적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자 투명 포장재는 제외하고 불투명 포장재에 한해 생산연도 등을 표시하도록 한발 물러섰다.
이런데도 식약처가 모든 불투명 포장 농산물의 생산연도 표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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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투명 포장 농산물에 생산연도 표기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전형적인 과잉 규제라는 지적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왜 계속 고집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5월 ‘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을 통해 모든 농축임수산물 포장재에 생산연도(생산연월일 또는 포장일자) 표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자 투명 포장재는 제외하고 불투명 포장재에 한해 생산연도 등을 표시하도록 한발 물러섰다. 만약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공산품이나 가공품과 달리 농산물은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뤄지는 기간이 짧아 굳이 생산연도를 표시해 얻을 게 거의 없다. 소비자들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과·배·귤처럼 수확 후에 저장하며 장기간 출하하는 농산물의 경우 생산연도와 실제 출하연도가 달라 되레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멀쩡한 농산물인데도 단지 생산연도가 지났다는 이유로 구입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그러잖아도 농촌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연도를 표시하는 데 비용과 일손이 더 들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미국은 영유아 조제식은 제외하고 통일된 날짜 표시 규제가 없으며, 일본은 농산물 명칭과 원산지는 필수 표시 사항이지만 날짜 정보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포장식품은 소비기한과 상미기한(식품의 맛이 가장 좋은 기간)을 표시해야 하나 신선과일과 채소는 예외로 하고 있다. 실효성이 현저히 낮은 만큼 딱히 날짜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식약처가 모든 불투명 포장 농산물의 생산연도 표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농촌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규제 완화 흐름에 역행하는 불통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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