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귀신 말고 사람이 먹는 배가 필요하다

관리자 2023. 12. 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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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를 재배하는 농민에게 들은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배 소비량은 2008년 9.2㎏을 정점으로 2020년에는 2.1㎏까지 낮아져 한명이 연간 고작 배 3∼4개를 소비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배 생산지의 85.3%에서 '신고' 품종을 재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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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제사상에 올려 귀신이 먹게 하는 음식이지, 요새 누가 배를 먹나?”

얼마 전 배를 재배하는 농민에게 들은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배 소비량은 2008년 9.2㎏을 정점으로 2020년에는 2.1㎏까지 낮아져 한명이 연간 고작 배 3∼4개를 소비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는 ‘샤인머스캣’처럼 스타 품종이 아직 없고, 주로 ‘신고’가 출하되기 때문에 마트에서 그냥 ‘배’로 표기해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배 생산지의 85.3%에서 ‘신고’ 품종을 재배한다. ‘신고’는 일본에서 개발되어 1950년경 국내로 도입된 품종으로 외관이 수려하며 생산성이 높다. 그렇다보니 주품종인 ‘신고’의 외형과 품질이 배 과실을 특징짓는 대명사가 됐다.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배를 소비하지 않는 이유로 ‘다양한 과일을 더 많이 먹게 됨’(36.2%)을 1위로, ‘가격이 비쌈’(30.5%)을 2위로 꼽았다. 배는 사과나 감귤같이 새콤달콤하거나 열대과일처럼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즙이 많아 시원하며, 적당한 당도로 자극적이지 않아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또한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유리하고, 기관지 보호에 도움이 되며, 배의 식이섬유가 장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 숙변·발암물질 등 독소 배출에도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백질 분해효소가 풍부해 고기류와 함께 섭취 시 체내 단백질 흡수율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건강에 유익한 식품이다.

최근 ‘신고’ 외에도 여러 국내 육성 배 품종이 다양한 맛과 색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대표적인 녹색 과피 품종 ‘그린시스’는 병 저항성이 우수하고, ‘슈퍼골드’는 새콤달콤하며, ‘조이스킨’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이다. 갈색 배 ‘한아름’은 8월초 여름 배로 인기가 높고, ‘신화’ ‘창조’는 ‘신고’ 대체 품종으로 인기이다. 늦가을 ‘추황’은 작은 크기, 감칠맛, 뛰어난 저장성으로 겨우내 즐길 수 있는 품종이다.

이처럼 배도 한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우리 입을 즐겁게 해줄 다양한 품종이 시장에서 조금씩 판매되고 있다. 단순히 ‘배’가 아니라 ‘품종명’으로서 우리배를 찾아준다면 더이상 귀신이 먹는 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 과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부터라도 시장에서 배 품종을 물어보자. “요즘 ‘추황’ 배가 맛있다던데 어디 있어요?”

원경호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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