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기후변화와 유해조수

관리자 2023. 12.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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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운전할 때 느닷없이 야생동물과 마주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필자는 매일 집과 작업실로 오가는 5㎞ 정도의 시골길을 운전한다.

하지만 고라니는 유해조수로 지정된 대표적인 포유동물이다.

유해조수 또는 유해야생동물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이다.

이런 유해조수의 범위는 기후변화와 함께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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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운전할 때 느닷없이 야생동물과 마주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필자는 매일 집과 작업실로 오가는 5㎞ 정도의 시골길을 운전한다. 광교산 아래 말구리고개를 넘어갈 때는 예외 없이 고라니·너구리·오소리 같은 야생동물들과 만난다. 야생동물을 찍은 차량 블랙박스 녹화본은 마치 야생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특히나 고라니는 매끈한 다리로 우아하게 서 있어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고라니는 유해조수로 지정된 대표적인 포유동물이다.

유해조수 또는 유해야생동물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이다. 즉 유해조수가 적대적인 대상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란 뜻이고 대부분 생명이 아닌 재산상의 피해를 준다. 사실 유해조수 지정은 조선시대부터 있었는데, 바로 호랑이다. 특히 숙종 연간에 호랑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많아 ‘착호군’이라는 군대가 늘 작전을 벌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유해조수 구제’라는 법령으로 호랑이·늑대 등을 사냥했고, 이 동물들은 남한에서 멸종됐다. 현재 인명에 위해를 가하는 동물은 멧돼지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재산상의 피해다.

이런 유해조수의 범위는 기후변화와 함께 늘고 있다. 5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민물가마우지와 큰부리까마귀가 추가됐다. 민물가마우지는 내수면 어업에 피해를 주고, 큰부리까마귀는 도심 시설을 파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반발도 만만찮았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남부에서 텃새로 변한 새들을 탓할 것인가?”라며 실제 이들이 유해조수라 할 만큼 피해를 끼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조사가 있었는지 따져 물었다. 2011년 제주도에서는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며 노루의 유해조수 지정을 요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된 적이 있다. 유해조수로 지정된 떼까마귀는 울산에서 진객으로 대접받으며 관광자원이 되기도 했다. 유해조수는 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정된 것이라 그 이해가 변동되면 유해란 개념도 달라진다.

하지만 유해조수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는 현실이고, 이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야생조수에 의한 피해를 일정하게 보상해주는 제도를 마련하고, 보상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기러기 수렵에 의해 조성된 기금으로 피해 농가에 보상하고, 일본은 두루미 생태관광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보상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북 무주군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보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야생조수의 서식 환경을 보호하고, 먹이를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도 방안이다. 야생조수들이 농가 근처까지 내려와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자신의 서식 환경에 먹이가 없기 때문이다. 헬기를 이용해 콩·옥수수·감자 등을 뿌려주거나 야생조수의 천적이나 경쟁자를 복원해야 한다.

야생조수는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야생조수는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자신들이 먹는 식물들의 씨앗을 전파하거나, 토양의 구조와 영양을 개선하기도 한다. 야생조수의 개체수를 무리하게 감소시키면 이러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기후변화 시대, 우린 유해조수가 아니라 야생조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상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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