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승리 정당이 1년 반 만에 3번째 비대위, 대통령 설명 듣고 싶다

조선일보 2023. 12. 1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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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2023.12.11/뉴스1

국민의힘이 14일 김기현 대표의 사퇴에 따라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현 정부 들어 주호영, 정진석 비대위에 이어 세 번째 비대위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전당대회를 열 수는 없으니 내년 4월 총선까지는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대선에 승리한 정당이 대통령 임기 초반 23개월 중 11개월 동안 비상대책위로 운영되는 셈이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이다.

국민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0.7%포인트 차이 승리이지만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선거에 이기자마자 대통령 최측근들과 당대표가 매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그 핵심에 대통령이 있었다. 측근과 주고받은 ‘내부 총질’ 문자가 드러났다. 이렇게 당대표를 쫓아내고 무리하게 구성한 비대위는 법적으로 무효화될 수밖에 없었고 다시 비대위가 구성돼야 했다. 그렇게 7개월간의 비대위를 끝내고 지난 3월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그 과정 또한 무리한 일 연속이었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사람들을 강제로 주저앉히고 대선 후보 단일화까지 한 사람은 “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렇게 대통령이 억지로 만들어 준 김기현 대표는 처음부터 어떤 존재감도 가질 수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한 사람을 3개월 만에 사면시켜 그 자리에 다시 출마시켰다. 국민 눈에는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대통령부터 변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직 없다. 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만 불거졌을 뿐이다. 정부직에 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도 오히려 또 검사 출신을 임명한다. 많은 국민이 전체적인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정치 방식에 대해선 많은 문제점을 느끼고 있고 그로 인한 피로감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후임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느냐보다 이 모든 일을 결정하고 집행한 대통령으로부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 어떻게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가장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임기 초반을 이렇게 보내면서 세 번이나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하는지 책임자인 대통령은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하고 김기현 대표가 물러났지만 사람들이 미진하다고 느끼는 것은 문제의 핵심인 대통령의 입장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희생하고 있는데 정작 윤 대통령 본인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떤 희생을 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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