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당신 돈이라면 그렇게 쓰시겠습니까
지방정부 돈 주는 방법 싹 바꿔야
새만금이든 엑스포든 공항이든
그 돈 다른 데 쓸 수 있었다면
이런 황당한 일 없었을 것
교부·보조금·직접 사업비 등
한꺼번에 일괄로 지역 나눠주고
그 돈으로 뭘 할지 직접 결정하게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을 잇는 11조3000억원짜리 고속 전철을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게 하자는 특별법이 “여야 의원 261명 발의”라는 기록을 세우고도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가 재정 낭비를 막으려는 일말의 사명감을 발휘하였고 국회의원들에게도 한 가닥 양심이 남아 있다는 증거라면 다행이겠다. 그러나 올해 발의된 다른 예타 면제 사업이 92조원에 이르고 대부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
필자는 예타 맹신자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은행이나 선진 금융기관들이 타당성이 없다고 확신한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등의 사업들 위에 건설되었다. 타당성 조사 면제가 아니라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도 추진해야 할 사업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이 10개 호에 걸쳐서 예타 제외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최근의 사례로 김천-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도 있다.
달빛고속전철 같은 사업은 타당성 조사가 사실 필요 없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뻔해서 예타 비용조차도 아까운 경우이다. 그러나 타당성이 없어도 얼마나 없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예타는 해 보는 것이 좋다. 흔히 써 먹는 “지역 균형 발전” 등 정책적 배려를 근거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알고 판단해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이다.
예타 면제 특별법만 나오면 여야가 눈을 감고 담합하는 작태는 개탄스럽지만 기재부가 중심을 잃지 않고 버텨만 준다면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들 특별법의 핵심은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예산에 얼마를 반드시 반영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을 담으면 바로 위헌이다. 우리 헌법은 기획재정부에는 예타에서 부정적 결론이 나온 사업에도 예산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지만 국회에는 예산을 삭감할 권한만 주고, “항목의 신설이나 증액의 경우 행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 헌법을 기초한 현자들은 먼 훗날 어떤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될지를 꿰뚫어 본 것 같다.
앞으로라도 이런 시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런 타당성 없는 사업들이 초래한 국가적 손실, 나아가 그 돈을 더 효과적으로 쓸 기회를 상실한 지방의 손실 실상을 구체화해서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국민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경제성 없는, 건설업자 일감 만들기 이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업이 지역 발전에 쓰일 돈을 몽땅 빨아들이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흔히 새만금 사업을 든다. 지금까지 15조원 정도 들어간 것으로 아는데(대외비라고 한다!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그 땅이 어디에 쓰일지 아직도 불투명하다. 지방 공항들도 전형적인 예인데 각각 3000억원, 3500억원을 들인 무안(그 유명한 고추 공항이다), 양양 공항의 최근 10년간 운영 손실이 각각 1308억원, 1134억원이라고 한다. 울진 공항은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없어 아예 비행 훈련 시설로 전용되었다.
이런 돈으로 할 수 있었을 일을 생각해 보자. 합계출산율이 0.7까지 떨어져 남의 나라에서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된 저출산 문제에 돈을 더 쓸 수도 있었고, 유지관리비를 아끼다가 행정전산망이 마비되어 IT 산업 홍보차 외국에 나가있던 장관이 망신을 당하는 일도 없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기의 질, 양, 가격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원시적인 정전 사태가 계속되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의대와 병원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려 의료 산업을 성장 동력 산업으로 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방이 타당성 없는 사업들을 밀고 나가는 것은 그것을 안 한다고 그 돈을 내가 원하는 더 나은 일에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돈을 주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교부금, 보조금, 직접 사업비 등 명목을 불문하고 지방에 쓰일 돈을 다 묶어서 지방에 일괄해서 나누어 주고 그 돈으로 뭘 할지는 지방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새만금이건 엑스포건 그 돈을 다른 데 쓸 수도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런 바보 같은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무주, 진안, 장수 등 낙후 내륙 개발에도 기업의 투자와 좋은 학교, 병원을 유치하는 데에도 그 돈을 쓸 수 있게 했어야 한다.
돈을 아끼면 내가 원하는 데에 쓸 수 있을 때, 그럴 때 사람들은 돈을 아낀다. 인간의 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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