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野, 김용 판결에 쉬쉬하는 이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달 30일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 중형을 선고받았다. 김용이 누군가. 이 대표는 측근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누군지 모른다거나 측근이 아니라는 식으로 쳐냈다. 하지만 김용에 대해선 “측근이라면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벗이자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한 적도 있다.
김용의 핵심 혐의는 2021년 네 차례에 걸쳐 유동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억원을 받은 것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한창일 때다. 김용은 당시 이재명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으로 경선 승패를 좌우할 호남 조직을 담당했다.
돈으로 경선을 흔들었다고 볼 수 있는 이번 판결에 민주당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당 핵심 인사는 “다들 충격이 컸지만 그것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쉬쉬한다”고 했다. 의원들은 “유동규 진술이 오락가락하는데 편파적인 판결이 나왔다더라” “결정적 증거는 없다더라”라고 들은 말을 전한다. 마치 누군가 논란이 확산하지 않게 틀어막고 관리하는 느낌이다.
검사, 판사를 좌표 찍어 공격하던 민주당이 왜 이럴까. 판결문을 보면 짐작이 된다. 민주당은 오락가락 유동규 진술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지만 판결문에서 김용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김용이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김용이 돈 받으러 온 날인 2021년 5월 3일에 ‘남색 사파리 재킷’을 입고 있었다는 증언이 여럿 있다. 김용 집 압수 수색에서 그 옷이 발견됐다. 하지만 김용은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5월엔 그 옷을 입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재판부는 “김용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5월 3일보다 더 더웠던 날에도 유사한 종류 겉옷을 입었더라”며 김용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김용 차량의 고속도로 운행 기록은 돈을 건넸다는 날 돈이 오간 장소에 김용이 있었음을 가리킨다. 김용은 부인한다. 하지만 후불 교통카드 내역(하이패스 요금 추정)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판결문에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할 만한 내용은 따로 있다. 김용과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였다는 유동규가 왜 돌아섰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유동규는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된 뒤 관련 혐의를 자신에게 다 뒤집어씌우려는 분위기, 면회는 오지 않으면서 변호사를 보내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분위기에 환멸을 느낀 것으로 나온다.
김용 판결에 민주당 인사들은 “이재명과 직접 관련된 혐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김용이 받은 돈이 어디에 쓰였겠나. 지금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김용의 마음이 유동규처럼 바뀌는 순간 이 대표와 민주당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김용 판결을 애써 외면하는 진짜 이유도 그게 두려워서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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