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73] 대륙의 황혼, 대만의 청천백일
마음이 울적했던 듯하다. 그래서 수레를 타고서 높은 곳에 있는 들판에 오른다. 이어 장엄한 노을이 하늘을 물들인 광경을 지켜보며 시인은 노래한다. “석양은 정말 좋은데, 그저 황혼일 뿐(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시구다. 스산한 심사를 이기지 못해 집 인근의 고지대에 올라 밤을 맞는 시인의 심성이다. 저녁 무렵의 해인 석양(夕陽), 곧 어둠으로 바뀔 노을 비낀 황혼(黃昏)의 하늘이 잘 어울린다.
기세가 등등했으나 어느덧 사위어 드는 그 무언가를 표현할 때 쓰는 명구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도 일컫는다. 뉘엿뉘엿 기우는 해가 서녘 산 위에 접어들 때를 말하는 일박서산(日薄西山)이란 성어도 그렇다.
아침 기운과 저녁의 그것은 퍽 다르다. 중국은 각각 조기(朝氣)와 모기(暮氣)로 적는다. 아침때는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솟는다고 해서 봉발(蓬勃), 저녁은 땅이 꺼지듯 자꾸 내려앉는다고 해서 침침(沈沈)으로 표현한다.
요즘 중국이 저녁의 그 침침함에 접어든 분위기다. 경제는 움츠러들어 각종 경기 지수가 가라앉는다. 수출과 실업률, 부동산 등이 모두 깊은 침체를 예고한다. 크고 왕성하던 기운이 꺾이고 내려앉아 황혼 무렵 너머로 향하는 형국이다. 시장경제의 명맥을 이어가던 남쪽 땅 끝 홍콩도 중국 공산당의 폐쇄적인 조치로 인해 이미 기능을 멈췄다. 팔팔했던 기운은 사라지고 이제는 맥동마저 잘 느껴지지 않는 기진맥진(氣盡脈盡)이 요즘 중국 상태인 듯하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 법치를 내세우는 대만은 정반대다. 그곳 국기의 큰 콘셉트가 ‘청천백일(靑天白日)’이다. 파란 하늘에 이글거리는 태양이란 뜻이다. 그처럼 생기 가득한 곳이 요즘 대만이다. 같은 언어와 문화권임에도 둘의 명암이 크게 갈리는 이유가 뭘까. ‘중국의 문제’를 살필 때 꼭 견줘야 할 곳이 대만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70대 운전자 스쿨존 인도 돌진 사고... 보행자 경상입고 함께 있던 반려견은 즉사
- “수능 국어, 9월 모평과 유사해... 결과도 비슷할 것으로 분석”
- 장난감 자랑하다 신체 노출 의혹… 최현욱 사진 ‘빛삭’ 소동
- “아버지 추억 담아갑니다”...박정희 대통령 탄생 107주기 행사에 딸 박근혜 찾아
- [단독] 범죄현장 착각해 성폭행 CCTV 확보도 못하는 경찰... 수사관 기피신청 5000건 돌파
- 중앙경찰학교 교수 성폭행 시도에, “男女경찰 방팅도 활발” “중앙연애학교인가”
- “美군사지원 중단? 우크라 수개월내 원자탄 개발 가능”
- “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 받아”…병원서 시험 치르는 수험생의 기적
- 여행·휴식보다 ‘이것’ 먼저…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일 물었더니
- 허위사실 공표 혐의 허종식 의원, 항소심 첫 재판서 “허위 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