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핵용인’ 부인했지만… 재집권땐 제재완화 담판 가능성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12.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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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매체 “트럼프, 기존 핵 허용하고, 추가 제조 중단때 경제지원 고려”
트럼프 “허위정보” 곧바로 반박
트럼프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
톱다운 방식 협상 재개 의지 보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내년 1월 공화당의 대선후보 첫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주의 코럴빌 유세장에서 ‘트럼프 2024’라고 적힌 팻말을 가리키며 웃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의 부인에도 그가 재집권하면 북한에 대한 현재의 확장 억제 조치를 완화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럴빌=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미 대선에서 재집권하면 북한의 기존 핵에 대해선 보유를 용인할 것이라는 보도에 “(미 집권) 민주당이 만든 허위 정보(disinformation)”라고 일축했다. 북핵 허용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과 미국의 오랜 대북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행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라며 자신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북한을 잘 다룰 수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 북한의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한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자신은 집권 1기 때의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톱다운(Top-down·하향식)’ 담판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 트럼프, ‘북핵 용인’ 직접 부인했지만…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3일(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이 (기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되 새로운 핵무기 제조를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 동결과 이에 대한 검증을 대가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핵 관련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집중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낸다고 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물. 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처
파장이 확산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폴리티코의 가짜 뉴스는 북핵에 대한 내 입장이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공작원들이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꾸며낸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보도에서 유일하게 정확한 점은 내가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재집권 공약을 마련하고 있는 싱크탱크 미국우선주의연구소 미국안보센터 프레드 플레이츠 부소장도 자유아시아방송에 “트럼프는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정 보도에 직접 반박한 것은 북핵 용인설이 한국, 일본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을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대북 강경책을 선호하는 소속 공화당 내 여론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주장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취지도 있다.

● ‘확장 억제’→‘도발 억제’ 전환 우려

그의 부인에도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방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대북 비핵화 협상의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 동결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북핵 협상의 모멘텀을 되살리기 위해 거론됐던 방안 중 하나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비핵화의 최종 단계(End state)와 로드맵 등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고 북한이 핵 검증을 거부하면 제재를 되살리는 ‘스냅백(Snap back)’ 조항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선(先)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단계적 비핵화 제안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거듭 강조하며 톱다운식 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그의 재집권 시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불러올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유세에서도 “김정은은 나를 존중했고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무기를 언급하며 “우리는 쉽게 3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무능력한 협상가 바이든에게 (이런 상황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를 감안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안보 협력 및 확장 억제 강화 기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주요 사안에서 한국을 ‘패싱’한 채 미국과의 직접 소통을 우선시하고 이 과정에서 미군 전략자산 전개 및 한미 훈련 등이 축소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우려가 큰 북핵 접근법”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론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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