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략회의 “소비회복 시간 걸려”… 美 금리인하 예고에도 긴장
팬데믹 이후 보조금 내년이면 끊겨
‘소비여력 불충분’ 보수적 전망속
연초부터 ‘스트롱 스타트’ 전략 고심
SK-현대차-LG도 내년 전략 논의
14일 열린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반도체 사업의 대규모 적자로 유례없는 실적 추락을 겪은 삼성전자로서는 내년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새벽 미국발(發) 금리 인하 기조 소식이 들려왔음에도 회의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삼성 외에도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주요 그룹들은 새 경영진이 주재한 연말 경영회의를 통해 내년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 삼성 “금리 인하돼도 경기전망은 보수적”
첫날 회의에서는 주요 경영진들은 내년도 경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으며 위기론을 이어갔다. 미국 경기에 대해서도 팬데믹 전후로 지급됐던 다양한 정부 보조금들이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끊기면서 소비 여력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가 내년 단계적 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주택자금대출 금리 등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A 부사장은 “미국 내 모기지론 재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자율이 과거 대비 많이 오른 상태라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은 아직 충분치 않다”고 했다.
내년 역시 불확실성이 큰 만큼 1분기(1∼3월)부터 피치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왔다고 한다. 특히 예년보다 2∼3주 앞당겨 1월 출격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4’ 시리즈의 세부전략 마련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회의에 참석한 B 부사장은 “자체 개발 인공지능(AI)이 탑재되는 갤럭시S24 언팩이 1분기 최대 이벤트”라며 “사업부별로 내년 ‘스트롱 스타트(Strong Start)’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각 지역 총괄들과 전략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유럽 시장의 경우 에너지 가격이 점차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유럽 시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 “연말이지만 쉬는 분위기 아냐” 고삐 죄는 재계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초 해외 법인장회의를 마쳤다.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열리는 법인장회의에서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법인장들이 글로벌 전략을 논의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나란히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긴장을 늦추긴 힘들다. 올해 실적을 견인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하반기(7∼12월) 들어 주춤하면서 내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법인장회의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국제 정세에 어떻게 기민하게 대응할지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고 말했다. 유럽의 전기차 관련 보조금 정책 변화, 전기차 수요 추이, 신흥시장 공략 전략 등에 대해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조주완 사장 주관으로 15일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서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LG전자 본사와 각 사업본부 경영진, 해외 지역 대표, 법인장 등을 포함해 300여 명의 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연말 조직개편에서 해외영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내년도 글로벌 리스크 및 시장 전략에 대한 논의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그룹 중 가장 큰 폭의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각 계열사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도 사업계획 점검과 경영 위기 극복 방안 구체화에 착수했다.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 경영에 관여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연말이지만 쉬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올해 주요 그룹 경영 위기가 컸던 만큼 새 진용을 중심으로 고삐를 죄고 있다”고 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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