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패션이 모호해진다… 유통업계에 ‘젠더리스 바람’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중순 패션 사업부의 남성 패션팀과 여성 패션팀을 트렌디(Trendy·신명품 등 유행 브랜드 위주)팀과 클래시(Classy·전통 브랜드 위주)팀으로 재편했다. 창립 이후 50년 넘게 유지해오던 ‘성별’에 따른 조직 구성을 없앤 것이다. 남성·여성 패션팀이란 조직을 없앤 건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성별 구분 없는 소비 패턴이 두드러지면서 조직도 새롭게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 성(性) 구분이 따로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 시장이 확대되면서 백화점·패션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여성 패션팀 조직을 따로 운영하고, 매장도 성별에 따라 다른 층으로 나누던 방식을 통합하는 식이다. 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성 브랜드를 구매하는 여성, 여성 브랜드를 구매하는 남성이 늘고 패션 브랜드 역시 여성·남성 전문 브랜드가 아닌 남녀 모두를 타깃으로 하는 젠더리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의류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수요가 늘면서 과거보다 지위가 약해진 백화점이 패션업체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성별로 매장을 나누었을 때보다 시즌에 따라 매장 구성을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재고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성별 구분 없는 젠더리스로
롯데백화점은 여성패션부문장과 남성패션부문장이 각각 운영하던 상품 기획 조직을 1명의 부문장이 총괄하는 ‘패션 부문’ 아래 조직으로 통합했다. 하나의 조직 아래에 남성·여성 패션팀이 있지만, 해당 조직을 같은 부문으로 모아 1명이 총괄하는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남성·여성 패션 부문을 하나의 조직 아래에 둔 것은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은 “패션 브랜드들과 협상력을 높이고, 남성·여성으로 구분되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불협화음을 없애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남성·여성 패션 부문을 패션 부문으로 통합해 운영 중이다.
조직뿐 아니라 매장 역시 남녀 통합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문을 연 더현대 서울 3층을 ‘어바웃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여성 브랜드를 섞은 통합 패션 층으로 선보였다. 더현대 서울 전체 매출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21년 17.8%에서 올해 23.1%로 증가했다. 다른 점포는 패션 매출 비중이 10% 중후반대인데 더현대서울의 경우 패션매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다른 점포에서도 남성·여성으로 구분된 매장을 없애고 통합 패션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도 롯데월드몰 지하 1층과 부산본점 7층을 성별 구분 없는 통합 패션관으로 운영하고,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센텀시티점과 강남점에 통합 패션 매장을 열었다.
성별 통합 매장의 경우 남성층·여성층으로 나눠 특정 브랜드만 배치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여성복과 남성복 구분없이 시즌 별로 잘 팔리는 상품을 확대하는 식으로 매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구매 수요가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패션 업체도 성별 어우르는 방향으로 변신
백화점들의 이러한 변화는 남성 브랜드를 구매하는 여성 고객과 여성 브랜드를 구매하는 남성 고객이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남성 브랜드로 시작한 세터는 사업 초반에는 남성 고객 뿐이었지만 넉넉한 사이즈 옷을 찾는 여성 고객이 몰리면서 올해(1~11월) 여성 고객 비율이 절반까지 늘었다. 금남(禁男)의 구역처럼 여겨지던 여성 전용 매장 층에 성별 구분 없는 매장을 열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젠더리스 브랜드인 앤더슨벨 매장을 본점 여성 패션 층에 열었는데 지난달 매출의 40%가 남성 고객인 것으로 조사됐다.
패션 브랜드 역시 남성용·여성용이 아닌 사이즈로만 제품을 구분하는 ‘젠더리스’ 제품과 매장을 내놓고 있다. 나이키는 작년 7월 젠더리스 매장 ‘나이키 스타일 홍대’를 열었고, 에잇세컨즈 역시 올해 초 젠더리스 제품군을 따로 내놓았다. 삼성물산의 온라인 몰 SSF샵은 올해 9월 젠더리스 브랜드 ‘순진’을 입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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