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금리 피벗’… 내년 3번 인하 예고
긴축 종료… 환율 어제 24원 급락
파월 “금리 정점 찍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 시간) 1년 9개월간의 고강도 긴축 종료를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경청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분위기에 대한 물음에 “명백하게 (금리 인하 시점이) 논의 주제였다”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
13일(현지 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 기준금리를 기존 5.25∼5.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3차례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날 시장의 관심사는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FOMC 위원 17명이 각각 금리 전망치를 ‘점을 찍어’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이들의 내년 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현 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4.6%(4.5∼4.74%)로, 내년에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내려갔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금리 인하 논의가) 가시화되기 시작할 시점”이라며 “오늘 (FOMC) 회의의 논의 주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금리는 정점을 찍었거나 근처에 다가갔다”며 고강도 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음을 선언했다.
한국경제 ‘3高 위기’에 숨통… 한은, 내년 7월이후 금리 내릴듯
개인-기업 대출이자 부담 완화 기대
물가 압박에 금리인하 소폭 그칠 듯
금융권 “美금리 내려도 4%대 유지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 이어질 것”
● ‘3고 위기’ 완화 기대
14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1%가 넘는 상승세를 보인 건 미국의 긴축 기조 종료로 위험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 6200억 원, 코스닥에서 13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달러화 약세와 더불어 외국인투자가 증가에 따른 달러화 유입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급락(원화 가치는 급등)했다. 시장에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는 3고에 허덕이는 가계와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하락 여파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지난달 14일 4.463%에서 이달 13일 4.046%로 떨어졌다. 환율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내리면 물가 압박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7월 2.3%까지 떨어졌으나 환율 상승 여파로 10월에는 3.8%로 반등했다.
● 내년에도 상당 수준 고금리 불가피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경제 활성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등 최근 물가 흐름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상당 수준의 고금리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의 ‘제로 금리’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아직 당분간은 접을 수밖에 없다는 것. 박춘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떨어져도 여전히 4% 이상의 높은 수준”이라며 “내년에도 여전히 고금리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자 부담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고금리, 고물가가 일정 수준 유지된다면 내수 침체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미국의 경기 둔화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장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경기 반등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내후년은 돼야 국내에서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은, 내년 하반기쯤 금리 내릴 듯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나 속도에서 관건은 물가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3.4%에서 3.6%로, 내년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 목표 달성과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즉각적인 통화 정책 변화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도 “연준의 통화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우리 통화정책과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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