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서울 편입을 부추기는 까치들
장자 산목편에 나오는 ‘견리망의(見利忘義)’의 고사는 사소한 이익을 탐해 자신을 잃어버린 아둔한 새를 ‘익은불서 목대부도(翼殷不逝 目大不覩)’하다고 했다. 나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서너 시간을 지옥행 열차에 시달리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탁트인 하늘과 상쾌한 강바람이 있어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다. 그런데 추석쯤부터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플래카드가 붙으면서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다. ‘아니면 말고’식의 정치꾼들의 이해관계에서 시작된 서울 편입과 메가시티의 환상은 한탕주의식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도시인구가 1천만을 넘어서는 곳을 메가시티라고 부른다. 2022년 10대 메가시티 가운데 8곳이 델리와 뭄바이(인도), 베이징과 상하이(중국), 다카(방글라데시), 멕시코시티, 상파울루(브라질), 카이로(이집트) 등이다. 매년 48개 도시를 대상으로 글로벌 파워를 발표하는 일본의 도시전략연구소(IUS)에 따르면 서울은 런던, 뉴욕, 도쿄, 파리, 싱가포르, 암스테르담에 이어 7위다. 그런데 서울은 ‘근무방식의 유연성’(14.4), ‘재생에너지 비율’(3.2), ‘출퇴근 시간’(26.4), ‘자동차 이동속도’(15.4) 면에서 상하이(15위) 베이징(17위)보다 훨씬 취약했다.
사람들은 미래도시의 이미지로 ‘메가시티’와 더불어 ‘스마트시티’를 언급한다. 전후 맥락을 싹둑 잘라내고 ‘메가시티’, ‘스마트시티’를 언급하는 것은 견강부회한 꼼수에 불과하다. 수도권 대부분이 그렇듯 교통 문제는 김포살이의 가장 절실한 사회적 이슈다. 그렇다고 인구절벽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지하철 노선 연장과 GTX 신설이 수도권 주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 지도자는 국민의 말초적 신경을 자극해 이슈화하고, 파당과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의로운 관점에서 미래의 대안을 구성원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성장 신화와 함께 견고한 팬덤을 형성해온 ‘서울공화국’은 부자가 되려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겨 왔다. 문제의 본질은 교통수단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건 서로 가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자랑하지만 수도권 사람들은 매일같이 서울로 수원으로 새벽길을 재촉하고, 밤이슬을 벗 삼아 집으로 돌아간다. 요즘 일상적인 업무 처리는 대부분 메일과 카톡으로 이뤄진다. 그럼에도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출퇴근 지옥으로부터 어떻게 해방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잠깐의 눈속임과 착각으로 고통을 완화시켜 보겠다는 것이 전부다.
서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집 근처에 일할 수 있도록 기업과 업무공간을 재배치하려는 변화와 혁신적 시도가 필요한 때다. 성장의 시대를 겪으면서 메가시티를 지향했던 도시들은 모두가 ‘콤팩트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에서 행복과 성취감을 찾고 있다. 잘못된 신화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30년이 지난 후 내가 사는 곳은 40년도 넘은 낡은 빈집과 넘쳐나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과거 욕망의 흔적조차 찾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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