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클레어 패터슨의 용기
청백색의 광택을 내지만 잘 늘어나고 펴진다. 불량한 전기도체다. 납이라는 광물의 스펙이다.
구약성서에도 나온다. 기원전 1천500년부터 사용해 왔다. 연금술 학자들은 토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이를 금으로 바꾸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뭔 뚱딴지같은 납 타령일까. 이 광물로 인해 20세기 초반 인류의 두뇌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꺼내 보는 화두다. 당시 자동차가 급속도로 보급됐다. 하지만 엔진에서 산소 결핍으로 노킹현상이 빈발했다. 누군가 휘발유에 납을 섞으니 이런 현상이 사라졌다. 이때부터 연료에 납을 첨가한 유연 휘발유 생산이 본격화된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기가스에 섞여 있던 납 성분으로 대기권에 함유량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납이 인체, 특히 인체의 뇌로 흡수되면서 지능지수 저하로 이어졌다.
실제로 당시 유연 휘발유 제조공장이 즐비했던 미국 동부 델라웨어나 뉴저지 등지에선 근로자들의 치매와 극단선택 등이 잇따라 보고됐다. 학계는 그 이유가 납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과학자가 용감하게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클레어 패터슨이었다. 그는 1965년 학술잡지에 인체의 납 함량 관련 논문을 실었다. 1천600년 된 사람 뼈와 20세기 인체 뼈를 비교해 신체에 100배 이상 납 함량이 늘었고 대기에 1천배 이상 납 농도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이 회유에 나섰지만 거절당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1970년 GM이 촉매장치를 부착해 청정대기법 요구에 맞는 차량을 1974년부터 생산하겠다고 발표해서다. 촉매장치에 들어간 백금은 산화돼 활성을 잃어 납이 함유된 휘발유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지구촌은 지금 제2, 제3의 클레어 패터슨이 필요하다. 온난화 등으로 갈수록 심화하는 환경 파괴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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