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선 의식 행보 "목적 달성돼야 종전…2차 동원령 없다"(종합)

이명동 기자 2023. 12. 1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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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탈군사화·중립화 재차 강조
고물가 두고 사과…AI로 생성된 푸틴이 질문하기도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손짓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2.15.


[서울=뉴시스] 이명동 김재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연말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목표는 변함없으며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는 종전은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다음해 열리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민심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재진과 시민 질문자도 선거를 앞둔 푸틴 대통령에게 질문을 200만 건 이상 보내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목표 달성 전에 종전 없다"…서방 향한 비판도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손짓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2.15.

이날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발표한 '특별 군사작전'의 목표인 "나치화하고 군사화하고 있는 현 우크라이나 정권을 응징하고, 이런 움직임을 뿌리 뽑아버리며 우크라이나를 중립화하겠다"는 구절을 거듭 입에 올렸다. 그는 이 같은 우크라이나 침공 목표를 재차 언급한 뒤 나아가 "우리의 이 목표가 달성될 때(만) 평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정상이 접촉에 관심이 있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대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부가 급진적 국수주의·신나치주의 세력에 물들어 있으며,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친(親)러시아 분리독립 지역 주민을 독일 나치처럼 집단학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독일 나치를 향한 적개심과 두려움을 상기시켜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하고, 서방을 비난하며, 지지세를 불리려는 선전·선동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는 자국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완전 철수와 점령지 반환을 전제로 한 우크라이나의 협상 조건이 평화를 방해한다고 날을 세워 왔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를 자국 주권·안보 위협으로 보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는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을 두고 미국이 배후에 있을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2차 동원령 가능성 일축…"군 61만7000명 교전 중"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손짓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2.15.

푸틴 대통령은 "징집 군인 24만4000명이 친(親)러시아 군인과 함께 교전하고 있다"면서 "현재 러시아 군인 61만7000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현역 병력은 징집 및 동원의 의무 병력과 자원 계약 병력으로 이분된다. 24만4000명이 징집성 병력이라면 61만7000명에서 이를 뺀 37만3000명이 자원 계약병인 셈이다.

그는 전선 길이는 2000㎞가 넘는다며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고지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2차 동원령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법으로 현역 군인 수를 최대 90만 명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 뒤로 두 차례 법을 고쳐 현역병 규모를 135만 명까지 증원했다. 예비 병력은 200만 명으로 고정돼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는 강제 동원령을 발효해 예비군 30만 명을 군으로 소집했다.

대통령 선거 의식한 행보…취재진·시민 질문자도 큰 관심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손짓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2.15.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전황 설명은 다음해 3월 열리는 대통령 선거를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예비군 동원령 당시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국민 수십만 명이 해외로 떠났기 때문에 이를 의식해 추가 동원령이 없음을 선제적으로 선포한 셈이다.

이날 질의응답 도중 전선에 인접한 러시아 지역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자 푸틴 대통령은 불편한 표정을 짓는 모습도 연출됐다.

동시에 민심을 의식해 물가 상승과 관련해서도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다. 달걀과 닭고기 등 물가가 폭등했다고 지적한 시민에게 푸틴 대통령은 "이는 정부 업무의 실패다. 가까운 시일 안에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약속한다"며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것은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행사장 화면에 노출된 질문지에는 "2004년에 당신은 '7년 동안 대통령으로 있으면 미쳐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신은 23년 동안 집권해 왔다. 건강은 어떻나"라는 물음이 포함돼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학생은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상의 푸틴 대통령을 질문자로 만들어 오랫동안 제기돼 온 대역 배우설과 관련한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해 3월15~17일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한다. 당초 이 기자회견에서 출마를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에 앞서 지난 8일 출마를 공식화했다.

연말 기자회견은 6시간 이상 계속되는 장시간 행사로 유명하다. 이날 회견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2년 만에 개최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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