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1호’ 나왔다…쿠사마 야요이 ‘호박’에 10만원 단위로 투자
국내 조각투자 상품 1호가 나온다.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열매컴퍼니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2001년 작품 ‘호박(Pumpkin)’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투자계약증권인데 12억3200만원짜리 작품을 10만원 단위로 투자할 수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열매컴퍼니가 제출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현대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계약증권이다.
이에 따라 열매컴퍼니는 조각투자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된 이후 국내 조각투자 업체 중 처음으로 투자계약증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투자계약증권이란 공동사업에 돈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받기로 하는 계약상 권리를 말한다. 조각투자가 투자계약증권의 대표적인 사례로, 2인 이상의 투자자가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열매컴퍼니는 작품 ‘호박’을 공동소유할 수 있는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해 12억3200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증권 수량은 총 1만2320주, 증권 당 액면 가액은 10만원이다. 최대 300주까지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호박’이 모집총액보다 높은 가격에 팔릴 경우 수익을 보게 된다. 열매컴퍼니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호박’ 매각대금이 모집총액의 108% 이상으로 정해진 경우 발행인은 재량에 따라 기초자산인 ‘호박’을 처분할 수 있다. 그 외에 공동지분권자의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 ‘호박’ 처분할 수 있다.
청약은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아트앤가이드 온라인 청약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 예비투자자는 ‘호박’에 대한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되는 18일부터 22일까지 기초자산 관람 절차에 따라 ‘호박’을 작품이 보관된 수장고에서 관람할 수 있다. 투자자는 청약 전에 투자계약증권 위험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는 투자적합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에게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동사업 내용, 위험 요인 등을 확인한 후에 투자를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금감원은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투자기간이 3~5년으로 길고, 환금성이 낮으며 다수의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공동소유하는 구조로 기초자산을 직접 보관하거나 처분하기 곤란한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1호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신고서가 승인되면서 조각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앞서 서울옥션블루와 투게더아트도 금감원에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서울옥션블루는 앤디워홀의 ‘달러사인(Dollar Sign)’이라는 작품에 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 모집총액은 7억원이다.
투게더아트도 쿠사마 야요이의 같은 이름의 2002년 작품 ‘호박’에 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모집총액은 11억8200만원이다. 다만 투게더아트는 금감원이 기초자산 가치산정, 이해상충 위험 등을 보완할 것을 요청해 기존 신고서를 철회한 상태다.
금감원은 “이번 증권신고서는 자본시장의 새로운 서비스가 제도권 내로 수용된 첫 번째 사례”라며 “미술품 이외 향후 다양한 기초자산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대비해 업계·전문가와 적극 소통하고 조각투자가 투자계약증권으로 제도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 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면밀한 심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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