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 먼 곳의 당신을 앓습니다”

김진형 2023. 12. 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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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북쪽을 내 몸에 들이고 오래 살았으므로/어느새 나는 북족이 되었다(시 '북쪽' 중)" 고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족 시인' 김창균의 네 번째 시집 '슬픈 노래를 거둬 갔으면'에서는 외면하려 했던 서정과 누군가의 뒷 모습이 함께 보인다.

반평생 칠판을 마주하고 산 시인은 오랫동안 바라봤던 바다를 등지고 해가 지는 서쪽으로 길을 나선다.

평창 출신 김창균 시인은 1996년 '심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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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슬픈 노래를 거둬 갔으면’

“그러나 나는 북쪽을 내 몸에 들이고 오래 살았으므로/어느새 나는 북족이 되었다(시 ‘북쪽’ 중)”

고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족 시인’ 김창균의 네 번째 시집 ‘슬픈 노래를 거둬 갔으면’에서는 외면하려 했던 서정과 누군가의 뒷 모습이 함께 보인다. 반평생 칠판을 마주하고 산 시인은 오랫동안 바라봤던 바다를 등지고 해가 지는 서쪽으로 길을 나선다. 가루가 되어 그의 속삭이는 언어는 ‘속 빈 나무’처럼 발효되고, 타인의 눈물에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 준다.

“누군가의 등 뒤를 오래 바라보는 일은/서쪽 하늘에 노을이 번지듯/눈물이 번지는 일”과 같이 비슷한 말의 반복과 주술 같은 문장은 별다른 거부증상 없이 ‘간절한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향한다. 어두운 쪽으로 귀를 열고 고통을 지나 타자를 품어내는 시편들이 뒤따른다. 시인에게 ‘다비’는 “어깨가 아프도록 먼 곳의 당신을 앓는 일”이다. “마침내 불기둥이/당신의 말씀을 다 녹이는 일”이기도 하다. 평창 출신 김창균 시인은 1996년 ‘심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제1회 선경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강원작가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을 미시령 아래에서 쓴 시인의 말은 이렇다. “점점 나에게 오는 것보다 멀어지는 것들이 많아지니/당신과 나 사이가 더 멀어지기 전에/이 가을엔 귀라도 찬란하게 물들여야겠다./그리고 겸손하게 북쪽의 바람을 맞아야겠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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