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서로 연결된 나무의 관계… 숲이 우리를 구원한다

김진형 2023. 12. 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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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숲에는 나무와 나무, 나무와 숲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은 탄소나 질소 같은 영양물질부터 인간의 신경 전달 물질과 똑같은 화학물질까지 전달한다.

오래된 숲을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활용하고, 임도를 확대 정비하자는 내용이지만 아직 자라고 있는 수령 30년 전후의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벌채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그 중심에는 숲의 허브인 '어머니 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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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 수잔 시마드 저서
나무 간 진균 통해 정보 공유
오래된 숲 복잡성·가치 조명
무분별한 산림 벌채 경고
▲ 투야 플리카타 어머니 나무에 기대 앉은 수잔 시마드. 사진=Diana Markosian

오래된 숲에는 나무와 나무, 나무와 숲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은 탄소나 질소 같은 영양물질부터 인간의 신경 전달 물질과 똑같은 화학물질까지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나무들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한다. 오래된 나무들은 가장 큰 소통 허브가 되고, 작은 나무들은 노드를 구성하며 서로에게 의존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강원의 지방도를 다니다 보면 ‘숲 가꾸기’라는 명목으로 대량 벌채된 숲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숲을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활용하고, 임도를 확대 정비하자는 내용이지만 아직 자라고 있는 수령 30년 전후의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벌채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 만들어진 조림지는 오래된 숲보다 훨씬 단순하다. 생명 종의 수도, 생태적 유산도 훨씬 빈약하다. 많은 탄소를 처분하거나 저장할 수도 없다. 숲은 하나로 통합된 전체다.

캐나다의 식물학자 수잔 시마드의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가 나왔다. 2019년 북아메리카와 영국에서 출간된 책을 김다히 번역가가 번역했다. 책의 부제는 ‘숲속의 우드와이드웹(The Wood-Wide-Web)’다. 1997년 과학 전문지 ‘네이처’ 표지로 실린 논문에서 시마드는 미송과 자작나무가 광합성 탄소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나무들이 이끼나 곰팡이 같은 진균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숲의 허브인 ‘어머니 나무’가 있다. 오래된 나무들은 자식 나무들을 엄마처럼 보살핀다.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방법을 친족과 후손 나무에 전달한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나무의 주요 개념으로 활용됐다.

기후위기는 홍수와 가뭄, 산불 등 각종 대형 재해를 동반하며 나무들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저자가 연구를 수행한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는 어머니 나무를 잘 보호하면 탄소 흡수원, 생물 다양성, 산림 재생 능력도 살릴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독자들이 가까운 곳에 있는 자신만의 ‘어머니 나무’를 찾아내길 권한다.

“생태계는 인간 사회와 비슷하다. 생태계와 인간 사회의 바탕은 관계다. 유대가 강할수록 그 시스템은 더 탄력적이다. 이 세상의 시스템은 각각의 유기체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변화할 수 있다.”

유방암 투병을 하면서도 이뤄낸 과학적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숲속에서 나고 자란 가족들의 경험담, 캐나다 선주민들의 지혜를 새삼 깨닫게 되는 일화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우연히 곰을 만나 위험에 처했던 사연, 본인의 깨달음이 딸들과 조카로 이어지는 장면 등이 감동을 전한다. 처음 취직한 회사에서는 목재용 어린나무를 심기 위해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는 ‘나무 학살자’ 역할을 도맡아 큰 죄책감을 겪기도 했다.

부록으로 실린 김다히 번역가와의 인터뷰는 산림 벌채에 대한 명백한 경고를 남긴다. 시마드는 “엽량 전체를 고려하면 오래된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훨씬 많다. 또 오래된 숲을 어린 숲으로 대체하면 지상과 지하의 탄소가 즉시 손실된다. 어린 조림지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9월 강원세계산림엑스포를 개최한 강원특별자치도의 숲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탄소 흡수원이다. 그 중심에는 오대산 승려들이 지켜낸 사찰림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숲이 우리를 어떻게 구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다. 숲에 대한 인간의 존경을 재생할 수는 있을까. 나무는 곧 사람이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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