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으로 10억짜리 ‘호박’ 산다…내일부터 미술품 조각 투자 열려

파라다이스시티에 전시된 쿠사마 야요이의 '그레이트 자이갠틱 펌킨'.(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유한빛 기자

내일(15일)부터 10만원으로도 고가의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14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열매컴퍼니’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조각 투자 플랫폼 중 증권신고서가 승인된 건 이번이 최초다.

이에 따라 열매컴퍼니는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2001년 작 ‘호박’을 기초자산으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다. 열매컴퍼니는 이 작품을 11억2000만원에 사왔다. 이번 투자계약증권의 모집 금액은 기초자산 취득 금액에 발행제비용을 더한 12억3200만원으로, 청약일은 이달 18~22일이다. 주당 가격은 10만원으로, 투자자는 최고 3000만원까지 청약할 수 있다.

앞서 또 다른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인 ‘투게더아트’가 업계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은 기초자산의 가치 산정의 미흡과 이해상충 위험을 들어 보완을 요청했다. 투게더아트는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다시 제출했다. 서울옥션블루와 뮤직카우도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냈다.

현재 금감원은 세 조각투자업체가 제출한 신고서를 검토 중인데, 부실기재 사례가 확인돼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 한 업체는 회사의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기초자산을 매입했으나 구체적인 매입처와 매입 가격을 기재하지 않았다. 또 다른 업체는 외부평가법인이 기초자산 매도인 소속의 직원의 자문의견 등을 근거로 기초자산 가치를 감정했다.

금감원은 9월부터 조각투자업체에 1인당 청약 한도 조정, 청약 방식 변경, 적합성 테스트 도입, 수수료 개편 등을 요청했다. 10월엔 기초자산의 횡령과 분실에 대비해 투자자가 기초자산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금감원은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투자 기간이 3~5년으로 길고 환금성이 낮다고 경고했다. 또 다수의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공동 소유하는 구조라 기초자산을 직접 보관하고 처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투자자는 기초자산 보유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투자 적합성 테스트를 통해 투자 성향을 진단한 후 투자를 결정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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