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미술품, 쪼개서 10만원씩 산다…투자계약증권 1호 탄생

백지현 2023. 12.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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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컴퍼니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효력 발생
7월 제재면제 조치후 첫 공모.. 18일 청약시작
신고서 제출한 타사도 당국 문턱 넘을지 관심

올해 7월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업체 5곳을 제도권 안으로 들인 이후 5개월 만에 최초의 투자계약증권이 탄생했다. 1호 타이틀은 미술품 조각투자업체인 열매컴퍼니가 거머쥐었다. 

열매컴퍼니가 발행하는 조각투자는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작품으로 공모규모가 약 12억원이다. 투자자들은 오는 18일부터 청약을 넣을 수 있으며, 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사상 첫 투자계약증권의 청약 흥행 여부에 주목한다.

'12억' 쿠사마 야요이 작품 10만원씩 투자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열매컴퍼니가 제출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펌킨(호박)' 2001년작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서울옥션으로부터 작품을 11억2000만원에 선매입했다. 여기에 발행제비용 1억1200만원을 붙여 공모총액을 12억3200만원으로 정했다.

투자계약증권이 정식 발행되는 건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열매컴퍼니, 테사, 스탁키퍼,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등 5개 업체에 대해 제재 면제를 결정한 이후 최초다. 

제재 면제 조치로 사업재편을 승인받은 5곳은 투자계약증권 형태의 조각투자 상품 발행을 준비해왔다. 지난 8월 투게더아트가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기초자산 가치산정, 이해상충 위험 등에 관한 설명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결국 신고서를 철회했다. 이밖에 신고서 제출을 준비한 업체들도 금감원에 사전 검토를 받았으나, 매입출처가 불확실하거나 가치평가 객관성이 부재한 경우가 확인됐다. 

열매컴퍼니 역시 여러 번의 신고서 정정 작업을 거쳤다. 회사는 지난 10월13일 처음 신고서를 낸 뒤 11월2일 금감원의 정정요구를 받아 11월23일 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후 12월 12, 14일 두 차례 자진 정정했다. 효력발생 하루 전까지 신고서를 고쳐쓴 셈이다.

금감원은 "9월부터 업체들에 기존 부실기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1인당 청약 한도 조정, 청약방식 변경, 적합성 테스트 도입, 수수료 개편, 기초자산 실물 확인 등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18일부터 청약 시작...흥행여부 관심

열매컴퍼니의 1호 투자계약증권의 수량은 총 1만2320주로 10%는 공동사업 운영자인 열매컴퍼니에 선배정하며, 나머지 90%에 대해 일반 청약을 받는다. 

일반투자자들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아트앤가이드 온라인 청약 홈페이지를 통해 청약을 할 수 있다. 인당 청약한도는 최소 1주(10만원)에서 최대 300주(3000만원)이다. 투자자들은 청약기간 동안 열매컴퍼니 본사를 방문해 기초자산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다.

배정 결과는 내년 1월 4일 발표한다. 발행사 동의없이 투자자 1명이 총 공모수량의 10% 이상 배정받을 수 없다. 50%을 넘어 취득하는 것은 발행사 동의와 관계없이 불가능하다. 

금감원은 청약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공동사업 내용, 위험 요인 등 중요내용을 충분히 확인한 후에 투자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기초자산 보유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하고, 투자적합성테스트를 통해 투자성향을 진단한 후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각투자는 공격투자형 투자자에게 부합하는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어렵게 심사 관문을 통과한 만큼 청약이 흥행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일단 향후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시장이 열리는 점은 투자자 관심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이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의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수익증권 등 신종증권의 장내시장 거래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투자계약증권도 증권사 계좌로 일반 주식처럼 조각투자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그간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현행법상 발행만 가능하고 유통은 불가능해 환금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열매컴퍼니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개요/그래픽=비즈워치

투게더아트·서울옥션블루도 심사 통과할까

발행을 준비 중인 조각투자가 연달아 심사 문턱을 넘을지도 관심이다. 앞서 서울옥션블루와 투게더아트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각각 효력 발생일은 20일, 23일이다. 이때까지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하거나, 자진 철회하지 않는다면 연내 공모절차를 밟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과 업체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고 있어 큰 이상이 없다면 정정요구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본다"며 "만일 정정요구가 온다면 1월로 넘어가게 돼 감사보고서 등을 새롭게 제출해야 해 번거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심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감원 측은 "미술품 이외 향후 다양한 기초자산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대비해 관련 업계‧전문가와 적극 소통할 것"이라며 "조각투자가 투자계약증권으로 제도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면밀한 심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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