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당화돼 국격과 인권 격하시키는 발언들만
나라 위해서 국민적 자존심과 인격을 갖춰야
그런데 불행하게도 주변에서 대한민국을 떠나 이민 가는 사람들을 대했다. 전두환 정권 초창기였다. 전두환 행렬이 지나가는 데 자동차가 비키지 않고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고 해서, 파출소로 끌려가 모욕당한 젊은 부부가 미국에 이민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걱정하는 국민이 ‘차라리 이민이라도 갈까’라고 말했다. 대통령 자신이 그 혼란을 스스로 해결 짓지 못하고 최후의 선택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에 살기가 싫어 이민을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민은 아니지만 잘못된 정치와 경제이념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성장해 온 기업체까지 다른 나라로 떠나보낼 때는 마음이 아팠다. 그런 상황은 지금까지 계속되었다. 문재인 정권과 정치적 방향을 같이하는 민노총의 행태들을 보면서 기업체까지 조국을 떠나게 하는 이념정치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묻게 된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출발을 했다. 그런데 지금 절대다수의 국민은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너무 부끄러워지고 있다는 공감이다. 정치계의 현실과 야대여소 국회의 모습을 볼 때는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가 아니다. 국격과 국민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국제적으로 흠모의 대상이 되고 예술 분야의 약진도 눈부시게 달라졌다. 선진국의 대학들이 한국 연구 학과를 개설할 정도다.
그러나 정치계와 국회의 현상에 접할 때는 한심스러워진다. 특히 야당은 국회의원 수가 많은 만큼 그에 비례되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 행태를 보면 민주당이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하는 정권이었던가를 의심케 한다. 실정을 했기에 정권을 이양하게 되었다면 더 큰 반성과 뉘우침은 물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나 여당보다 수준 높은 정책과 희망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은 민주당이 이 정도밖에 안 되고, 국민을 위한 의무까지 저버리는가. ‘문빠’나 ‘개딸’ 같은 반민주적이고 이기적인 폭력집단들은 과거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일해 왔던 문제의 지도자들이 총선에 출마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오로지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사당이 되었다. 쏟아져 나오는 그들의 발언을 듣는 국민은, 정당인이 되어 국격과 인권을 격하시킬 바에는 차라리 국민으로 되돌아오라고 호소한다. 나라를 병들게 하는 정치인에게 애국심을 되찾아 달라고 요청한다. 운동권 출신과 동역자들은 사회질서 파괴가 범법 죄보다 더 큰 사회악임을 모르는 상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자랑스러운 민주당이 되어 달라는 당부다. 민주당이 국민을 버린다면 국민은 민주당을 버리게 된다.
지금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갖추어야 할 상식과 국가적 자랑스러움까지 스스로 훼손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 야당 인사들이 국가 위상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괴물이라고 호칭한다. 국민까지 무시하는 처사다. 국민은 교양과 질서까지 스스로 훼손시키는 야당과 반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이 영국의 국빈 대우를 받으며 세계적 관심과 예우를 받고 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대통령을 비난하고 인간적 모욕까지 가하던 인사들에게, 우리가 탄핵하려던 대통령이 영국에서는 극진한 대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나라의 장래와 젊은 세대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국민적 자존심과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윤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을 위해서이며 나라를 위해서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