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美 떠나는 中전문가, 中 떠나는 美기업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2023. 12. 1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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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38년간 살며 수도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중국 문제 전문가로 활동한 리청(李成) 씨는 올 7월 홍콩으로 이주해 홍콩대에서 중국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할 만큼 자타 공인 중국 전문가인 리 씨는 이달 9일 홍콩대 중국·세계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리 씨는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워싱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눈'이 갈수록 더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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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이해 증진-갈등 완충지대 줄어
美中갈등 순식간 폭발할 우려 커져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미국에서 38년간 살며 수도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중국 문제 전문가로 활동한 리청(李成) 씨는 올 7월 홍콩으로 이주해 홍콩대에서 중국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할 만큼 자타 공인 중국 전문가인 리 씨는 이달 9일 홍콩대 중국·세계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리 씨는 최근 홍콩 매체 ‘홍콩01’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의사 결정권자들의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중국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국계 전문가들이 배제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아예 접촉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계 미국인과 친한 미국인 전문가들도 점점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미중 갈등 격화라면서도 인종차별적 요소와 매카시즘 망령 확산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리 씨는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워싱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눈’이 갈수록 더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강력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2020년부터 3년간 중국 내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났다. 지난달에는 대표적인 여론조사 전문 업체 갤럽이 중국을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갤럽은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도 탈(脫)중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 9월 초 중국 기업 등에 투자해 온 중국펀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앞서 3월에는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중국에서 철수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그룹도 중국에 있는 11개 물류단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매각액은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매각 추진 소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굴지의 기업인들과 만찬하며 중국을 떠나지 말라, 중국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하던 시점에 발표됐다.

중국에서 철수하는 외국 자본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올 3분기(7∼9월) 중국 해외직접투자(FDI)는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FDI가 적자를 낸 것은 1998년 집계 시작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보다 철수한 외국 기업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현재도 문제지만 미래도 어둡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중국에서 공부하는 미국인 유학생은 단 350명에 불과하다. 2019년 1만1000명에서 급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서 반(反)미국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며 “미국과 중국 간의 학술적 협력마저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 격화는 현재 국제관계와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불안 요소다. 당연히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미중 갈등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으려면 양국에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고 속내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 양국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지대도 필요하다. 그동안 기업들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전문가와 기업이 떠나고 있다는 것은 양국 관계 미래에 대한 위험 신호다. 왜곡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어느 순간 한꺼번에 갈등이 폭발할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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