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며[안드레스 솔라노 한국 블로그]
그리고 2023년, 아침에 눈을 뜨자 나에겐 이런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술작품=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콜롬비아인과 한국인 혼혈인 갈라 포라스-김의 작품을 알게 되었다. 나는 보통 매우 명확한 이론적 질문에서 출발하는 예술에는 조금 지루함을 느끼는 편인데, 이 작가의 경우에는 완전히 반대였다. 포라스-김의 질문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고대 물건이나 유물의 의식적이고 종교적인 가치는 어떻게 되는가’였다. 작가는 이 유물들이 문화기관에서 소장되어 전시되기 전의 과거 모습을 상상한다. 이 재현 과정에서 세밀한 드로잉, 조각, 설치 작업을 통해 유물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2023년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전북 고창에서 발견된 고인돌을 소재로 한 대형 드로잉 3부작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다. 첫 그림은 땅에 묻힌 사람의 시점으로 아직 무덤의 역할을 하던 시절의 고인돌을 그렸고, 두 번째에선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 된 현재의 고인돌을, 그리고 세 번째는 고인돌이 훼손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이끼로 뒤덮인 모습을 표현했다. 이를 통해 포라스-김의 이론적 출발점은 의미와 가치로 가득한 아름다움으로 해소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이 사물들의 미래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미래의 우리가 화신(化身)으로 만드는 건 무엇일까?
▽음악=한국의 싱어송라이터 씨피카의 콘서트를 처음 본 건 서울의 한 작은 공연장에서였다. 두 번째 그의 공연은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 무대에서였는데 그 앞에는 수천 명의 관객이 있었다. 두 공연의 환경은 꽤 달랐는데, 씨피카는 두 공연 모두에서 관객들과 놀라운 수준으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멜로디’라는 곡인데 이 곡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 1960년대 비틀스에 의해 탄생한 고전적인 팝송의 묘한 완벽함을 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전자 음악의 소리와 한국어와 영어 가사의 조화는 마치 미래에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준다. 이 노래에서 나오는 영어 가사는 상업적 전략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만이 아닌, 복수의 인간이자 인류로서 공존할 수 있다는 감동의 표현으로 들린다.
모두가 인공지능과 그 인공지능이 남긴 결과에 집착하는 이 시대에, 위에서 언급한 영화와 미술작품과 음악은 과거를 매우 생생하고 가능성으로 가득 찬 무언가로 생각하게 한다. 오래전 연인이 후회 없이 삶을 이어갈 힘을 얻게 해주는 과거, 사물이 우리에게 남겨진 수많은 존재를 알게 해주는 과거이자 어쩌면 우리 곁에 없는 존재일 수도 있는 과거, 예전의 형식에 기반하지만, 미래가 가져올 모든 것에 열려 있는 노래의 과거. 그중 가장 흥미로운 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 셋 모두 해외로의 이주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안드레스 솔라노 콜롬비아 출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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