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볼커의 실수와 파월 피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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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파이터'이자 중앙은행 역사상 최고의 인물로 회자된다.
파월은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볼커의 자서전 제목 '버티시라!(Keep at it!)'를 인용해 인플레 파이터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파월의 금리정책 전환(pivot·피봇)이 볼커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게 아닌지 우려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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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볼커를 자신의 롤모델로 여기고 존경한다. 취임 후 한동안 볼커의 회고록을 들고 다녔을 정도다. 파월은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볼커의 자서전 제목 ‘버티시라!(Keep at it!)’를 인용해 인플레 파이터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미 연준이 그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 내년 중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파월은 “기준금리가 고점에 근접했거나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 금리 인하도 논의됐다”며 사실상 2년 가까이 이어진 긴축기조의 전환을 시사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만 물가와 경기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한때 9%대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낮아졌다지만 목표치 2%에는 미치지 못한다. 파월의 금리정책 전환(pivot·피봇)이 볼커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게 아닌지 우려를 자아낸다.
미 통화정책은 한국의 금리정책과 금융·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오죽하면 한국은행이 정치권력보다 미 중앙은행에서 독립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까. 미국발 훈풍에 어제 코스피는 1% 이상 급등했고 채권과 원화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져 환율불안과 자본유출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1900조원대의 가계부채, 급증하는 부실기업 등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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