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아이파크 붕괴 행정처분 ‘감감’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 국토교통부 간부의 발언은 엄중했다. 당장이라도 HDC현산에 철퇴를 내릴 듯했다. 국토부는 서울시에 1년 영업정지 또는 최고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달라고 권고했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해가 바뀌었다. 내년 1월이면 사고 2주년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감감무소식이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대중의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HDC현산이 짓던 아이파크 아파트 23∼38층이 와르르 무너졌다.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 사고는 총체적 부실이 뒤엉킨 인재였다.

우선 39층 바닥 시공방법과 지지 방식이 설계도면과 달리 임의 변경됐다. 그 바람에 바닥 하중이 증가했지만, 이를 받쳐줄 가설지지대(동바리)는 없었다. PIT층(옥상층 밑에 배관 등을 설치하는 층) 아래 가설지지대를 조기 철거한 것도 문제였다. 콘크리트 강도도 설계기준에 한참 모자랐다.

이 회사는 2021년 6월에도 광주 학동 재개발4구역 철거 과정에서 시민 9명을 숨지게 한 전력이 있었다. HDC현산에 대한 여론의 질타는 매서웠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 서울시에 HDC현산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청했다. 이틀 뒤 서울시는 “6개월 이내에 등록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한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 년이 지나 9월이 되자 서울시는 청문을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며 물러섰다.

‘왜 늦어지나, 봐주기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 제기에 서울시의 답은 한결같다. “어느 쪽에 귀책 사유가 있는지 명확하게 판가름나지 않아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설지지대 해체를 HDC현산이 지시했는지 하수급 업체가 임의로 한 건지, 하수급 업체에 대한 공기 단축 압박이 있었는지 법정에서 다툼이 치열하다고 한다. 20여 차례 공판기일이 열렸지만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곤란해한다.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최소한 1심 판결 정도를 거치면서 법정에서 사실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없이 느리더라도 억울함을 남기지 않는 행정처분’과 ‘부실공사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는 선택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화정아이파크 사고가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는 ‘대기업의 법 기술 활용과 시간 끌기에 서울시가 호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연정책으로 가다가 여론의 관심이 꺼지면 적당히 과태료를 물리고 끝내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정부가 현산의 억울함만 생각해주니 문제”라고 꼬집었다.

올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순살 아파트’ 사태로 건설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화정아이파크 붕괴를 초래한 이들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