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익선’ 축구 감독 연봉 10억 시대
감독 전술·카리스마가 성적 좌우
구단도 선수보다 지도자에 투자
연봉 11위팀으로 성과 낸 김기동
FC서울서 11억, 홍명보 넘어
야구 최고액 김태형·이강철 8억
페트레스쿠 15억의 절반 수준
최근 프로축구 감독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여름 전북 현대의 소방수로 부임한 단 페트레스쿠 감독(56·루마니아)이 15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파격적인 대우로 지휘봉을 잡은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지난 8월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54)이 17년 만의 K리그1 우승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 지도자 최고액인 10억원에 3년 재계약을 맺었다.
김기동 감독(52)이 14일 FC서울에 공식 부임하면서 홍 감독보다 많은 11억원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K리그1의 히트 상품인 이정효 광주FC 감독(48)이 전날 기존 연봉(4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으로 4년 더 빛고을의 수장이 됐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토종 명장을 잡으려면 10억원을 보장해야 하는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지난해 K리그1 선수 연봉킹인 김진수(14억7000만원)와 차이가 좁혀졌다.
프로 무대에서 연봉은 곧 가치다. 지금껏 쌓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가치를 더해서 평가한다.
유일하게 감독 몸값을 공개하는 프로야구의 최고 연봉자는 김태형 롯데 감독(56)과 이강철 KT 감독(57). 두 사람 모두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3년간 24억원을 받는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8억원. 페트레스쿠 감독의 절반 수준이다.
또 다른 프로 종목인 배구와 농구는 그보다도 낮다. 2년 연속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감독상을 받은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36)이 7억원 안팎을 수령하는 최고 연봉자다. 농구에선 슈퍼팀 부산 KCC 전창진 감독(60)이 4억원으로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선수보다 지도자에 투자하는 효과가 실질적인 사례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큰돈을 쓸 수 없는 포항의 살림살이에도 매년 성과를 낸 김기동 감독이 대표적이다. 프로축구연맹이 2013년부터 선수 연봉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2022년 기준 포항의 연봉 순위는 12개 팀 가운데 11위. 그런데 올해 성적은 K리그1 2위와 FA컵 우승으로 투자와 성적이 비례한다는 프로스포츠의 통념을 깼다.
2023년 K리그1의 히트 상품인 이정효 감독은 한술 더 떴다. 가난한 시민구단을 이끌고 지난해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86점) 기록과 함께 우승하더니, 올해는 승격팀으로는 믿기지 않는 성과(K리그1 3위)를 냈다. 성적만 좋은 것뿐 아니라 이순민(29)과 정호연(23) 등 무명 선수들을 남들이 탐내는 재목으로 키워냈다.
또 축구 감독의 카리스마가 유독 강한 것도 연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전술 효과를 높이려면 선수가 감독을 믿고 따라야 한다.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82)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면 가차 없이 내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경기의 99%는 선수들이 만들고, 나머지 1%는 감독이 만든다. 하지만 감독이 없으면 100%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야구는 데이터 기반의 프런트 영향이 커지고 감독 역할이 선수들을 조율하는 쪽으로 제한돼 영향력이 줄었다.
세계 무대를 살펴봐도 이 같은 흐름은 똑같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53)의 연봉은 무려 3400만유로(약 481억원). 올해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 역사상 가장 많은 정규리그 승리(111승)를 기록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51)의 연봉은 325만달러(약 42억원)다. 15년 전 조 토레 감독(83)이 750만달러(약 97억원)를 받은 뒤 점점 지도자들의 연봉이 떨어지는 흐름을 살펴볼 때 축구와 야구의 연봉 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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