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재판’ 미 대법으로…내년 대선판 ‘태풍의 눈’ 되나
판매 규제 땐 후폭풍 거셀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먹는 임신중지약 판매 규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면서,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임신중지권 문제가 또다시 정국을 뒤흔들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후 공화당은 같은 해 11월 열린 중간선거에서 예견됐던 압승을 거두는 데 실패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시판 중인 먹는 임신중지약 ‘미페프리스톤’(사진)의 가용 범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텍사스·미시시피·루이지애나 등을 관할하는 제5연방항소법원은 지난 8월 미페프리스톤을 임신 ‘10주 이내’가 아닌 ‘7주 이내’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원격 처방과 우편 발송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 미 법무부가 상고하자 연방대법원이 이를 들여다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전 세계 96개국에서 사용 승인이 난 경구용 임신중지약이다. 미국에서는 2000년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560만명 이상이 사용했다. FDA는 이후 사용 가능 기한을 임신 7주 이내에서 10주로 늘리고,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현재 미국 내 임신중지의 절반가량이 미페프리스톤을 비롯한 약물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미 여성들의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후 임신중지와 관련한 주요 사안을 다시 심리하는 것은 1년6개월 만이다. 당시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미국 보수 성향 주에서 임신중지가 사실상 전면 금지되거나 크게 제한되면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현재까지 50개주 중 최소 14개주에서 임신중지를 제한하는 법이 제정됐으며,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주도 상당수다. 여성들이 다른 주로 임신중지 원정을 떠나거나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해 위험에 처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미페프리스톤 등 약물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대법원이 이에 대한 사용까지 제한한다면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대선 정국의 한복판인 내년 6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CNN은 “지난해 임신중지권 폐기에 이어 다시 한번 임신중지 문제의 명운이 결정나게 됐다”며 “이번 문제가 대선판을 뒤흔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보수적인 대법원의 성향으로 볼 때 임신중지약 판매를 규제한 1심이 뒤집히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6대 3의 보수 우위 구도가 됐다. 만약 먹는 임신중지약을 이용할 권리까지 축소될 경우 여성과 젊은층의 거센 반발이 내년 미 대선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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