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치사로 실형받은 이재명 측근...민주, 공천 적격 판정

박상기 기자 2023. 12. 14. 21: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권 사건’ 정의찬, 적격 심사 통과
2023년 8월 16일 비공개로 열린 특별보좌역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조선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정의찬씨에게 당대표 특보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정의찬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발표한 내년 총선 후보자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에서 정의찬 이재명 대표 특보가 ‘적격’ 판정을 받았다. 정 특보는 지난 1997년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산하 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으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에 가담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와 가깝다는 이유로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후보가 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가 이날 발표한 2차 적격 판정자 명단 95명에는 정 특보가 포함됐다. 정 특보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 특보가 가담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은, 1997년 5월 27일 이종권씨가 전남대 학생 행세를 했다며 남총련 간부들이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하고 고문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들은 소주 12병을 나눠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폭행하며 “경찰 프락치라고 자백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씨는 다음 날 새벽 사망했다. 가해자들은 처음 이씨가 술에 취해 대학 캠퍼스에 쓰러져있었고 응급조치를 했지만 사망했다고 했다.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지만, 이후 경찰 수사에서 진상이 드러났다.

정 특보는 1998년 징역 6년에 자격 정지 3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998년 6월 2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특별사면·복권됐다.

정 특보는 이후 더불어광주연구원 사무처장, 경기도지사 비서관, 광주 광산구청 열린민원실장, 월드컵재단 관리본부장 등 정치권 주변에서 활동했다. 지난 2021년 4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경기도 산하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4개월여 뒤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개입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신상 이유로 사표를 냈다.

정 특보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을 맡았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8월 정 특보를 비롯한 측근 인사들에게 ‘특보’ 임명장을 수여했다.

정 특보와 함께 특보 임명장을 받은 인물 중엔 또다른 한총련 주요 인사인 강위원 특보도 있다. 강 특보는 한총련 5기 의장이었다. 1997년 한총련 5기 출범식을 앞두고 행사장이었던 한양대에선 23살 선반기능공 이석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15시간 감금, 폭행해 숨지게 했던 ‘이석 치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한총련 간부들은 이석씨를 몽둥이로 때리고 물고문했다. 이 사건으로 22명이 입건됐지만, 강 특보는 얼마 뒤 의장에 취임했다.

강 특보는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후 구속됐다. 강 특보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을 지냈다. 강 특보도 현재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강 특보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주 광산구청장 출마를 준비했지만 성희롱 사건이 불거져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강 특보에 대한 적격 심사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종권 치사 사건과 이석 치사 사건은, 당시 1996년 ‘연세대 사태’를 일으켰던 한총련에 대해 여론의 인식이 완전히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정치권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한총련 인사들이 이 대표의 측근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 안에선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 한총련으로의 세대 교체”라는 말까지 나온다. 운동권 내부의 세력 교체일뿐 ‘세대 교체’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자기 사람을 챙기기 위해 정의찬, 강위원 같은 사람에 공천을 주려 한다면 당내 반발은 물론이고 민심에서 완전히 멀어질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