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34만 명 이상”…푸틴 “7~8명씩 낳았던 전통 부활시켜야” 출산 독려
전쟁 이후 인구 급감 러시아 ‘무자녀 세금’도 검토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의 총 전사자 규모가 34만 명을 넘어섰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전사자가 늘면서 전력 유지에 양측 모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리 할머니들은 7~8명씩 아이를 낳았었다"면서 출산을 독려하고 나선 배경이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전황 자료에서 "지난해 2월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적군의 총 전투 손실은 장병 34만1500명"이라고 집계했다. 또 탱크 5682대, 전투장갑차량 1만594대, 다연장포 919대, 방공망 605개, 전술 무인기(드론) 6173대, 항공기 324대, 순항미사일 1596기 등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공식적으로 전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 9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 당국이 주문한 23만장의 전몰 군인 유족 증명서를 토대로 전사자가 23만명 정도라고 추산한 바 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달 러시아군 사망자와 영구적 부상자를 15만∼19만명 정도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도 자국군 전사자 규모를 기밀로 다루고 있지만 전쟁을 지속하기에 전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지난 8월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작년 2월 개전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가 30만명,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20만 명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자국민들에게 "러시아의 전통"을 강조하며 출산율 제고를 강조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민족대회에서 "우리 할머니 세대는 대개 7, 8명 또는 이보다 더 많은 자녀를 낳았다" 며 "이 멋진 전통을 지키고 부활시키자" 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목숨을 잃는 러시아 군인들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국민들에게 자녀를 8명이라도 낳으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모든 러시아인의 삶의 방식은 대가족이 당연시 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러시아 민족주의를 강조해온 그는 "인구를 유지시키고 늘리는 건 수십년, 심지어 몇 세대 이후를 바라본 우리의 목표로 이것이 천년 역사를 가진 영원한 러시아의 미래" 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본처와 내연녀 사이에 최소 4명 이상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 자녀에 대해서는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러시아도 최근 수십년 사이 출산율이 하락 추세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90만명 이상이 국외로 도피하고 30만명이 군에 동원되면서 인구 감소 및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4년 전 권좌에 오른 이후 다자녀 가정에 현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출산율을 올리려고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세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러시아 연방 통계국에 따르면 올해1월 시점 러시아 인구는 1억 4644만 7424명으로 푸틴 대통령이 처음 취임한 1999년 당시 보다 줄어들었다. 러시아의 연간 출생아 수도 2014년 194만3000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에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책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무자녀 가구에 대한 징벌책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구소련은 2차 세계대전으로 장병들이 죽어나가면서 인구가 급감하자 1941년 11월 무자녀 세금을 도입한 바 있다. 자녀가 없는 20∼50세 남성과 20∼45세 기혼 여성에게 임금의 6%를 세금으로 부과 했던 이 정책은 1990년대 들어 폐지됐다.
러시아에서는 낙태 금지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의회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병원의 낙태 시술을 금지하는 입법 작업이 진행 중인데, 낙태 금지가 불법 낙태 시장을 활성화해 여성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1.8명에서 2021년 1.5명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명에서 0.8명대로 급감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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