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준석·김기현 ‘축출’ 때마다 윤 대통령은 순방이나 휴가 ‘부재중’

조문희 기자 2023. 12. 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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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내 핵심 인물 정리 과정서 공교롭게 시점 겹쳐 ‘뒷말’
헤이그서 이준 열사 기념관 방문 네덜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헤이그의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 송창주 관장의 배우자인 이준아카데미 이기항 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4일 귀국길에 올라 15일 오전 귀국한다. 연합뉴스

우연일까, 필연일까.

지난 13일 사퇴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민감한 관계에 있던 여당 핵심 인사들이 ‘정리’된 것은 모두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등 사유로 자리를 비운 시점이었다. 주로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충돌하거나 국정 지지율 회복을 위해 퇴진 필요성이 언급된 인사가 대상이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라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그 전날에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국빈방문 중이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출국 전 김 전 대표에게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을 ‘축출’한 사건도 윤 대통령 부재중 본격화됐다. 윤 대통령은 1월14일 6박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빈방문 등 순방을 떠났다. 나 전 의원이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던 시기였다. 윤 대통령은 출국 전날인 13일 나 전 의원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그에 앞서 사의를 표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굳이 잘라내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달 17일 나 전 의원이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쏘아붙였다. 친윤석열(친윤)계인 박수영·배현진·유상범·이용 등 초선 의원 48명은 같은 날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라며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그달 25일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그 다음날인 26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점심을 함께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내는 과정에도 윤 대통령은 ‘부재중’이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 대해 그해 7월8일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의결한 이후 같은 달 31일 비대위 전환 논의가 본격화됐다. 8월5일 당 상임전국위원회는 비대위 전환을 결정했고 9일 주호영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그달 1~5일 여름휴가였다.

윤리위는 9월18일 또 한 번 이 전 대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윤핵관 등을 비판하며 사용한 “양두구육” 등 표현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그날 오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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