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물갈이? 현역들은 “출마”…여권 공천 갈등 불거지나
윤 대통령, 중진 등 희생 필요 인식…‘자기 사람 심기’ 해석도
대통령실 “비대위원장 임명에 관여 안 해”…논란에 거리두기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의 총선 불출마와 대표직 사퇴 여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대표 사이에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물갈이로 자기 사람을 심고 싶어 하는 윤 대통령과 공천을 받아 재선하려는 친윤석열(친윤) 의원들의 이해관계 상충이 알력다툼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로 출국한 시점(지난 11일)에 윤 대통령은 김 전 대표가 대표직은 유지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길 원했는데, 김 전 대표는 대표직을 던지고 총선 불출마는 선언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 의중과 맞았다면 김 대표가 이틀간 잠행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쳤겠나”라고 말했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전 대표에겐 더 큰 압박이 됐다. 김 전 대표는 이후 잠행하며 윤 대통령에게 대표직 사퇴 필요성을 설득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13일 오후 사퇴를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가 중요한 발표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지한 것은 이런 복잡한 사정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나 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별다른 역할을 맡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김 전 대표와 장 의원이 인요한 혁신위가 요구한 불출마를 수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 대한 나쁜 여론을 반전시키려면 친윤 핵심 중진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반면 김 전 대표는 당내와 언론에서 빗발치는 대표직 사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다만 출마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대통령 측근들을 공천에서 밀어내는 방식에 반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통화에서 “혁신의 이름으로 대통령 주변 인사를 쳐내면 총선 후 대통령 지지 그룹이 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두고 윤 대통령과 현역 의원들의 잠재적 갈등 요소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은 자기 사람을 공천하려니 현역들을 밀어내야 하고, 현역들은 반발하는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조차도 화살이 자신을 향할지 몰라 두려울 것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현역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대표가 된 김 전 대표는 “검사 공천은 없다”며 대통령과 현역 의원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김 전 대표의 약속은 공수표가 됐고 대대적인 물갈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공천관리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공관위가 만든 공천룰을 두고 김 전 대표 사례와 같은 긴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도 현 지역구(울산 남구을)가 아닌 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요구받을 수 있다.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물갈이 드라이브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여당 지도부의 주요 과제가 됐다. 현역들이 공천에서 밀려나면 무소속 출마나 ‘이준석 신당’ 합류,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반란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오섭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가 불출마 제안을 거부해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런 얘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한 수석은 “(비대위원장은) 당이 중지를 모아야 할 일이지 대통령실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조미덥·유정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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