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장관에 하야시 前 외무상… 日 정치권 “고육지책” 평가

강구열 2023. 12. 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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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육지책", "침몰하는 배에 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 대변인이자 각 성청 간 업무조정을 담당하며 정권의 핵심 역할을 하는 '내각 2인자' 관방장관에 기시다 총리가 최근까지 회장으로 있었던 기시다파 소속 하야시 전 외무상을 기용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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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 각료 4명 개각 단행
비자금 조성의혹 파문 확산 고려
파벌 속하지 않은 의원 기용하려
하마다 前 방위상 의사 타진 ‘고사’
결국 각료 경험 풍부한 인물 낙점
협력관계 아소·모테기파 ‘난색’
내각 지지율 17%… 여론도 최악
향후 국정운영 더 어려워질 듯

“고육지책”, “침몰하는 배에 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1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단행한 각료 인사에 대한 일본 내 평가다.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인 아베 신조 전 총리파 출신 각료 4명을 경질하며 내각을 재정비했으나 국정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한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신임 관방장관에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기시다파), 경제산업상에 사이토 겐 전 법무상(무파벌), 총무상에 마쓰모토 다케아키 전 총무상(아소파), 농림수산상에 사카모토 데쓰시 전 지방창생상(모리야마파)을 임명하며 아베파 출신 각료 모두를 사실상 경질했다. 차관인 부대신으로 활동했던 아베파 의원 5명도 전원 교체했으나 차관급인 정무관은 1명만 바꿨다.

정부 대변인이자 각 성청 간 업무조정을 담당하며 정권의 핵심 역할을 하는 ‘내각 2인자’ 관방장관에 기시다 총리가 최근까지 회장으로 있었던 기시다파 소속 하야시 전 외무상을 기용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애초 이 자리에 무파벌 의원을 앉히려고 했다. 비자금 파문이 아베파뿐만 아니라 다른 파벌로 확산하는 상황이라 파벌에 속하지 않는 인물이 적당하다고 판단해 하마다 야스카즈 전 방위상에게 의향을 전했다. 하지만 하마다 전 방위상이 고사했고, 대안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는 결국 각료 경험이 풍부한 하야시 전 외무상을 관방장관으로 선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권에 ‘기시다 색깔’이 짙어졌지만 각 파벌의 협력을 어디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협력관계 아래 기시다 정권을 이끌고 있는 아소파, 모테기파가 하야시 전 외무상 기용에 난색을 보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 아래서는 (자민당 내) 일치단결의 분위기는 없다”고 짚었다.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조사결과가 나와 여론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지통신은 지난 8∼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4.2%포인트 하락한 17.1%를 기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2012년 12월 이후 최저치이며 지지율 20%대가 무너진 건 2009년 9월 아소 다로 내각(13.4%)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수사인력을 50명 수준으로 늘린 도쿄지검 특수부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베파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통해 마련한 5억엔(약 45억원) 정도를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아베파 소속 미야자와 히로유키 방위성 부대신은 13일 기자들에게 “파벌로부터 3년간 140만엔(1200만원)을 받으면서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기재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베파 주요 당직자는 이날 사의를 밝혔다. NHK방송은 “하기우다 고이치 정조회장, 다카기 쓰요시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 참의원(상원) 간사장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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