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문화가 산책] 신간을 만나다…<머라이어 케리> 외
전설적인 디바, 머라이어 케리의 첫 회고록 '머라이어 케리'가 출간됐습니다.
머라이어 케리는 어렸을 적에 고함에 짓눌린 집의 분위기가 무거웠고, 항상 겁에 질려 있던 자신에게 음악만이 탈출구였다고 고백합니다. 케리는 "어둠이 뒤따르긴 했지만, 나는 그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책 속에서 서술합니다.
케리의 어머니가 케리를 '가발을 쓴 ATM(현금자동입출금기)'로 여겼으며 많은 돈을 주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을 하며 케리를 통제하려고 들었다는 고백도 합니다.
세계 3대 디바로 불리며 '빌보드의 여왕'인 케리는 자신이 끊임없이 외로웠고 불안했으며 기댈 곳은 음악이 전부였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케리는 자신의 삶이 생존을 위한 용기로 가득했고 삶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합니다.
회고록 중간에 삽입한 '히어로'의 창작 배경과 직접 인용한 노래 가사들을 보면 케리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했고 삶과 음악이 맞닿아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 가수의 백그라운드 보컬로 활동하며 1달러로 하루를 지냈던 시절과 소니 뮤직 CEO 토니 머톨라와의 결혼 생활, 그리고 이후의 음악 활동이 대비된 점도 회고록을 통해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흑인·아일랜드계 아티스트인 케리는 19개의 빌보드 핫100 1위를 보유하고 있고 역사상 가장 성공한 캐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로 크리스마스의 여왕으로도 알려진 세계적인 팝스타입니다. 동시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케리는 프레시 에어 펀드의 '캠프 머라이어'를 통한 청소년 자선 사업으로 수많은 상과 훈장을 받아왔습니다.
흑인에 대한 편견 등과도 맞서야 했던 케리는 "나는 내가 무엇을 할지 나의 온 존재를 다해서 믿었고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며 "아무리 불리하고 고장난 상태일지라도 남이 빼앗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나의 꿈을 지키라"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과학 교양서가 된 '이기적 유전자'와 논쟁적인 '만들어진 신' 등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이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 책들을 모아 소개하는 저서를 발간했습니다.
과학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슨이 자신이 감탄하며 읽은 책들에 대해 쓴 서문과 후기, 에세이, 서평, 대화 등을 모두 한 데 모았습니다.
이 책은 도킨스의 8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발간된 것으로, 그의 50년 과학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책이란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각 장의 서두는 칼 세이건의 후계자로 불리는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거, 이론물리학자 로렌스 크라우스, 언론인 매트 리들리 등 세계적인 석학 및 지식인들과의 대화로 시작되며 진화론과 자연선택, 종교를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를 다룹니다.
여기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부터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프레드 호일의 '검은 구름', 댄 바커의 '신은 없다' 등의 책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다채롭게 소개됐습니다.
재미있는 문답도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도킨스와 책 속 인물들은 유행이 진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다윈의 이론도 언젠가는 대체될 것인지,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과학을 감상할 수 있을지, 마음은 키워질 뿐 아니라 타고나는지 등을 묻고 대답합니다.
과학의 경이를 좇으면서도 일부 유신론자와 진화심리학 반대론자 등에게는 신랄하면서도 우아한 싸움을 거는 리처드 도킨슨의 묘사와 사고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한 회고를 담은 에세이가 출간됐습니다.
패트릭 브링리는 대학 졸업 후 선망받는 직장인 <뉴요커>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각별한 사이였던 형이 젊은 나이에 시한부 암을 진단받고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겪은 뒤 지독한 무기력함 끝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인물입니다.
브링리는 가장 단순한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 뒤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서 2008년 가을에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서서 수천 년의 시간이 담긴 고대 유물과 건축관, 거장들이 남긴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과 마주하는 특권을 누리게 됩니다.
이 책에는 미술관을 찾는 각양각색의 관람객을 관찰하고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발견해나간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일상은 가끔은 지루하며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것"이고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과정"임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년을 일한 저자는 그 뒤 뉴욕 도보 여행 가이드로 일했으며 이 책으로 서점가에 데뷔해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현재는 브루클린에서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천재 시인 랭보의 탄생 170주년을 기념해 랭보의 마지막 시집 번역본이 출간됐습니다.
'저주받은 시인' 또는 '사회 관습에 도전한 반항아'로 불리는 랭보의 마지막 시 42편을 담은 '일뤼미나시옹(les illuminations)' 전편과 함께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인 페르낭 레제의 그림 20점을 수록한 페르낭 레제 에디션이 국내 최초로 발간됐습니다.
일뤼미나시옹은 프랑스 독자들도 고개를 젓는 엉뚱하고 기이한 시로 유명합니다. 시인이 의도한 비유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번역본은 원시가 제시하는 단어 배열 순서를 최대한 맞추며 문장부호나 줄표, 생략 어법 등을 되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페르낭 레제 에디션은 페르낭 레제가 '일뤼미나시옹'만을 위해 그린 그림이 수록된 아트 컬래버 시집이기도 합니다.
레제는 1949년 '일뤼미나시옹' 시집에 랭보의 초상화를 포함한 15점을 그렸습니다. 당시 석판화에 색을 입혔기에 그림의 색채나 색의 위치는 책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됐습니다. 레제의 그림은 1962년 출판본에도 7점이 수록됐습니다.
이들 그림 중 17점(표지 그림 포함)과 레제의 대표작 3점이 본문에 추가로 실렸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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