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로 가는 국민의힘…위원장 놓고 ‘수싸움’

문광호·이두리 기자 2023. 12. 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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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원희룡·한동훈 등 물망
‘수직적 당정 문제’ 답습 우려 커
공천 유불리 놓고 ‘비토전’ 양상
무거운 중진 연석회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오른쪽에서 두번째)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연석회의에 참석해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진석 의원, 윤 권한대행, 정우택·조경태·김학용 의원.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국민의힘은 14일 김기현 전 대표 사퇴로 인한 지도부 공백을 수습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특정인 추대론보다 비토론이 적극 나오는 모양새다. 총선 공천의 유불리를 따지는 수싸움의 전초전으로 풀이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들었고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의견을 모았다”며 “비대위 체제를 빨리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표는 앞서 열린 중진 연석회의에서도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총선 승리라는 지상과제를 달성할 능력과 실력이 있는 분이라는 기준으로 물색해보겠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동비대위원장 체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분이 하는 게 훨씬 조직 운영에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원희룡·한동훈 장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다. 김한길 위원장에 대해서는 비윤석열(비윤)계와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비토 여론이 강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점에서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의 추대 가능성이 있다. 비대위원장 추인이 의원총회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 의원들은 주요 의사결정의 분위기를 주도해왔다.

김 전 대표 사퇴의 원인이 됐던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는 비대위원장의 숙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인요한 (전) 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 이런 분들이 (후보군에) 올라오던데 그냥 헛웃음이 나온다”며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 사태에 있어서 김한길 (전) 대표의 영향이 있었냐를 놓고 갑론을박 중인데 그런 이름들이 (후보로) 언급되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한 장관도 김 위원장과 비슷한 측면에서 비윤계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중도에 계신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금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현직 장관이라는 점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을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불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원 장관은 지난 4일 개각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대선 주자로서 독자 행보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비토 여론도 덜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원 장관이 용산 쪽에서도 무난하고 수도권에서도 통하는 얼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중도 사퇴한 나경원 전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문광호·이두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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