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시니어타운 거주 시대 [만물상]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2023. 12.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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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서울 지하철 건국대역 옆에 있는 ‘클래식 500′은 국내 최초 도심형 특급 실버타운이다. 370여 객실 호텔 형태로 운영된다. 노부부가 살기 편하게 거실과 안방, 화장실이 크고, 부엌은 작다. 하루 두 끼 이상을 내부 식당서 먹거나 외식한다. 물리 치료와 운동 재활실이 있고, 매일 간호사에게 건강 상태를 체크받을 수 있다. 서예, 일본어 등 문화 프로그램 강사 대부분은 입주자다. 이 안에도 고교 동문회가 있는데, 70세 입주자가 막내 노릇 하기 싫다며 떠나기도 했다.

▶일본 도쿄에는 동네마다 고령자 거주 타운인 노인홈이 있다. 대개 200가구 아파트 형태다. 크기는 12평에서 24평까지 다양하다. 식사, 빨래, 청소, 운동, 재활이 제공된다. 자산과 연금 액수에 따라 입주금과 거주비 등이 다양하게 구성된다. 대개 기운 떨어지는 75세쯤에 집 팔고 들어온다. 90세가 넘으면 입주비를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 일본에 이런 노인홈이 약 3만개 있는데, 한 건설회사가 같은 브랜드 노인홈 수십개를 운영하는 형태다.

▶노인홈 운영에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변기 물이 안 쓰이거나, 40분 이상 수돗물을 계속 쓰면 안전 요원이 달려간다. 공동 목욕탕에 들어간 지 1시간이 넘었는데도 퇴실 키 터치가 없으면 알람이 울린다. 24시간 상주하는 간호사와 거실에서 천장 스피커폰으로 대화할 수 있고, 화장실에는 낙상 긴급 호출 버튼이 곳곳에 있다. 외출 시 위치 추적 시계를 손목에 채우기도 한다.

▶국토교통부가 엊그제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에 시니어타운을 조성한다며 민간 사업자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령층 주거를 위한 시니어타운 조성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챗GPT에 한국의 고령화 상황을 알려주고 시니어타운 청사진을 짜보라고 했더니, 먼저 지역 전체를 휠체어를 타고도 어디든 접근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고령자가 고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제노년학회가 정한 초고령 사회 3대 목표는 1. 아주 늦은 나이까지 돌아다니기 2. 최후까지 사회와 섞여 지내기 3. 살던 곳에서 끝까지 살다가 삶을 마감하기 등이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사는 것보다 어떻게 지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일본 노인홈 회사들은 댄스 교실, 취미와 운동 동호회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별도로 운영한다. 인생 끝까지 타인의 돌봄 없이 돌아다니며 남과 섞여 지내기에 시니어타운은 좋은 방안이다.

김철중 논설위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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