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로 변한 파월, 과감해진 금리 인하 전망[오미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완화적이었다.
JP모간 체이스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는 논평을 통해 "(통화완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날아 올랐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FOMC 성명서를 통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음을 사실상 공식화했고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는 내년에 3번의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연준은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하기 전에, 경기 침체가 없어도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FOMC 결정을 알리는 성명서 문구는 3곳이 바뀌었다. 첫째는 경기 진단이다. 지난 11월에는 "경제 활동이 3분기에 강력한 속도로 확장됐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경제 활동의 성장세가 3분기의 강력한 속도에서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다. 지난 11월에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지난 1년 이상 동안 완화됐으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표현이 첨가된 것이다.
셋째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표현이다. 이전에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적절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additional policy firming)의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서"라고 했으나 이번에는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라는 표현 앞에 "어떠한"(any)이라는 단어를 첨가했다.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라는 표현을 유지해 향후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어떠한"이라는 단어를 첨가함으로써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내년 말 금리 중앙값은 4.625%였다. 이는 4.5~4.75%로 3번의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지난 9월 점도표에서는 내년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이 5~5.25%로 현재 수준에서 단 한 번의 금리 인하만 예상됐는데 이와 비교해 대폭 완화된 것이다.
다만 이는 이날 FOMC 전에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폭 1~1.25%포인트보다는 작은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X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존 메이어는 "연준의 점도표가 시장의 기대치에 근접했다는데 대해 시장이 환호했다"고 평가했다.
연준 위원들은 2025년에는 금리가 1%포인트 추가 인하돼 3.5~3.7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6년에는 금리가 0.75%포인트 더 낮아져 2.75~3.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준 위원들의 장기 금리 전망치인 2.5%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2.1%에서 2.6%로 올렸다. 하지만 내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5%에서 1.4%로 소폭 낮췄다.
연준은 실질 GDP 성장률이 2025년에 1.8%, 2026년에 1.9%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지난 9월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의 지난 11월 실업률은 3.7%로 떨어졌지만 연준은 올해 말 실업률이 3.8%로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치와 같은 것이다.
내년에는 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라 실업률이 4.1%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지난 9월 전망치와 같은 것이다. 장기 실업률 전망치는 지난 9월 4%에서 4.1%로 소폭 올렸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전년비 3.2%로 올해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치 3.7%에 비해 대폭 낮아진 것이다.
연준은 또 내년 말에는 근원 PCE 물가상승률이 2.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치 2.6%에 비해 내려간 것이다.
연준 위원들이 내년에 3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파월 의장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했던 것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고점에서 완화됐으며 이 과정에서 큰 폭의 실업률 상승은 없었다"며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는 너무 이르며 확실히 리스크는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또 성명서에서 밝힌 대로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을 더 긴축할 준비가 돼 있다"며 "FOMC 참석자들은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에 대해서는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지난 3분기의 이례적으로 큰 폭의 성장세에서 상당 수준 둔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취업자수 증가폭은 여전히 강하지만 인구 증가율과 경제 활동 참여자 수를 고려할 때 좀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금리를 너무 오래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따르는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매우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금리 인하가 우리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가 있는데 오늘 회의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그러면 너무 늦을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기 전에 경제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완화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발언은 시장을 특히 놀라게 했다. 불과 2주일 전 애틀랜타 스펠맨 대학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에 대한 추측은 아직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의 적으로 보이는 것을 확실히 원치 않고 있다"며 "금융 조건의 완화는 경제를 부양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늦추겠지만 연준은 이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도이치뱅크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매트 루체티는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몇 주 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비둘기적인 발언이 이례적인 입장이 아니라 연준 주류의 관점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였던 월러 이사는 지난달 말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봄에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내년 3월에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87%로 높아졌다. 이는 이날 FOMC 전 42%에서 두 배 가량 올라간 것이다.
또 내년에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인하될 가능성도 이전 77%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올라갔다.
트레이더들은 내년에 금리가 0.25%포인트씩 여섯 번, 즉 1.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36.7%로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이는 FOMC 전에 1%포인트와 1.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비슷하게 가장 높게 예상했던 것에 비해 더 과감해진 것이다.
내년에 금리가 1.75%포인트 인하될 것이란 전망도 30.8%에 이른다. 1.25%포인트 인하 전망은 19.1%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시장보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BMO 캐피탈마켓의 부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그레고리는 "우리는 여전히 금리 인하가 내년 3분기 말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JP모간의 페롤리는 이날 FOMC 후에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을 내년 7월에서 6월로 한 달 앞당겼다 그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완만한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자산관리의 채권 및 유동성 솔루션 글로벌 공동팀장인 휘트니 왓슨도 첫 금리 인하가 내년 6월에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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