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전통 줄타기를 그림책으로"…그림책상 대상 수상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아름답고 개성 있는 그림들이 담긴 그림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보기에도 깊이가 있는 작품들이 상당합니다.
지난주엔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을 선정하는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그림책 논픽션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 '줄타기 한판'의 민화 작가를 만나봅니다.
작가님 어서 오세요.
이 '줄타기 한판'이 올해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민하 작가 / 그림책 '줄타기 한판'
먼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제 생각에는 재담과 기예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종합예술.
우리의 전통 줄타기를 그림책이라는 매체에서 책이 가진 물성을 잘 살려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줄타기라고 하면 참 흥미로운 소재인데 그렇다면 이 '줄타기 한판'이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민하 작가 / 그림책 '줄타기 한판'
줄광대, 어릿광대, 그리고 삼현육각이 등장하여 한판의 줄타기 공연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책입니다.
전통 놀이인 줄타기의 이미지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기반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하지만 디테일을 살려 우리의 줄타기를 익숙한 듯 낯선 조용성에 담았습니다.
우리 전통색을 기본으로 해 줄광대 그리고 어리광대, 삼현육각, 또 그들이 내는 소리의 색상이 서로 겹쳐 이어지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서로의 리듬이 만나 이루는 하모니를 공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표현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책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마치 진짜로 줄타기를 보는 것처럼 책을 구성을 하셨는데요.
이 구성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민하 작가 / 그림책 '줄타기 한판'
먼저 줄에 대해 말씀드리면 종이 평면의 공간에 줄이 들어감으로써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독자가 줄을 잡고 넘기면서 보다 더 능동적으로 그 행위를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줄은 이 책에서 큰 요소였기 때문에 줄광대가 타는 줄이 최대한 잘 보일 수 있도록 그림의 요소는 특징적인 것만 간결하게 도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책은 큐알코드를 통해 녹음된 줄타기 공연 음악을 감상을 하실 수가 있는데요.
큐알코드를 넣게 된 계기는 줄타기 보존회를 찾아갔을 때 우리나라의 줄타기는 줄을 타는 기회와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주고받는 재담 그리고 삼현육각의 연주가 함께하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이 다른 나라와 다르고 그것을 인정받아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함께 가셨던 오승현 편집장님께서 이것을 그림책에 함께 담아내야만 보다 온전하게 줄타기를 이제 소개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셔서 김대균 명인님, 그리고 한산하 전수자님, 그리고 삼현육각 연주자분들을 모셔서 스튜디오에서 따로 녹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이 너무 많아지면 절제된 그림 전체가 흐트러지게 되어 고민하다가 각 장면마다 한 문장씩만 남겨서 페이지 가이드로 역할을 주고 나머지 내용은 큐알코드를 통해서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간결한 이미지로 줄타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큐알코드를 통해 우리 줄타기의 특징인 재단과 연주를 청각적으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그림책 '줄타기 한판'에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작품 곳곳에 굉장히 많은 고민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작가님 두 번째 작품인데 특별히 줄타기를 주제로 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민하 작가 / 그림책 '줄타기 한판'
처음에 영국의 키아 우츤-프랭크(Kia Utzon-Frank) 작가의 종이에 여러 줄을 엮어 만든 작품 이미지를 본 후 영감을 받았습니다.
종이와 줄이 만나는 작업에 흥미를 느껴서 시도하면서 종이가 주는 커다란 면과 선으로 된 줄의 만남을 기획했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시도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종이와 면이 줄의 선에 가장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소재를 고민하다가 우리의 전통 줄타기를 닿았습니다.
서현아 앵커
일반 그림책 작업에 비해서 조금 어려운 점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민하 작가 / 그림책 '줄타기 한판'
네 그림책의 처음과 끝에 실로 꿰어 3차원의 공간감을 만들었지만 제작상의 문제로 같은 위치에 구멍과 실을 꿰워야 하는 그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각 장면에 개성과 운동감을 어떻게 차이를 둬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요.
악기 소리의 리듬을 어떤 시각의 언어로 표현을 해야 독자에게 닿을 수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삼현육각 여섯 악기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힘들기는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었는데요.
악기마다의 연주 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그것을 계속 그려나갔습니다.
그래서 조명성을 찾는 순간까지 닿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는데 그래도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제작과 공연 녹음은 출판사에서 맡아서 해 주셨는데 실험적인 저의 더미를 완성도 있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을 도와주신 출판사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서현아 앵커
'줄타기 한판'을 출간하신 뒤에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으실까요?
민하 작가 / 그림책 '줄타기 한판'
한 독자분께서 줄을 넘길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악기 소리처럼 들린다고 말씀을 해 주셔서 그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조차 느끼지 못한 의도가 담기지 않는 부분을 섬세하게 느끼고 표현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다시 한 번 그림책이라는 세계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는 좋은 그림책은 어떤 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민하 작가 / 그림책 '줄타기 한판'
그림책은 늘 저에게 위로받고 싶거나 즐겁고 싶거나 또는 잠깐 쉬고 싶을 때 늘 제 곁에서 가까이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쉼터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한데요.
민하 작가 / 그림책 '줄타기 한판'
그림책이라는 물성 안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요소들을 다양한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고 싶고 독자가 그림책을 통해 보고 만지고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현아 앵커
독자가 해석할 여백이 많아서 더 풍부한 그림책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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