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이공계 위기 심화…"환경 개선 필요"
[EBS 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공계의 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의대에 가려고 학부생은 물론 연구자들까지, 다시 입시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본질적으로는 직군 사이의 근로환경 격차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광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자연 계열 학과에 진학했다가 중도에 학업을 그만둔 학생은 1,388명.
과학 기술 인재의 요람인 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도 지난해에만 100명이 학교를 떠났습니다.
학업을 중단하는 이공계 학생 상당수는 의대 입시에 재도전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공계 블랙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의대 쏠림이 심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이공계 기반은 무너질 거라는 우려가 큽니다.
인터뷰: 최세휴 회장 / 한국공과대학협의회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80년대처럼 다양한 전공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찬성을 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기술패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첨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우수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의대 증원의 본래 목적이었던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을 메우고, 이공계 이탈을 막으려면, 지방대학 중심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임재준 공공부원장 / 서울대병원
"수도권 대학의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경우에는 이공계 인재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소재 대학의 정원이 늘어난다면 그것이 조금은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정원 확대가 오히려 이공계와 바이오헬스 분야를 발전시킬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의사과학자를 위한 정원을 충분히 배정하면, 오히려 이공계 선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하일 학과장 / KAIST 의과학대학원
“반드시 이공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저는 반대로 오히려 예를 들면 의전원으로 한 200명 정원 늘리면 이공계로 지원하는 인력이 한 2천 명씩 더 늘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이공계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직종별 처우 격차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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