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탁구 간판 정영식 공식 은퇴 “현역은 떠나지만 동료로서 늘 응원하겠다…내 탁구 인생은 계속된다”
정영식은 오랫동안 한국 남자탁구를 견인해온 주인공이다. 선수를 꿈꿨던 부친을 따라 일찍부터 라켓을 잡은 그는 빠른 성장으로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고등학생이던 2007년부터 이미 성인대표팀에 합류해 약 12년간 붙박이로 맹활약했다. 국가대표로 정영식이 이뤄낸 전적은 일일이 나열이 어려울 정도다. 2015년 코리아오픈 3관왕, 2018,2019 호주오픈 2연패 등 ITTF 월드투어를 다수 석권했으며, 2011년부터 꾸준히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2016, 2018년 한국의 연속 4강에 기여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단체전 연속 은메달 기록을 이었고, 2016 리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탁구를 대표했다.
국내 대회에서도 정영식은 단연 최고 선수였다. 결산무대인 종합선수권대회만 보더라도 2012년, 2014년, 2016년 세 번이나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대통령기, 전국종별, 실업챔피언전 등에서 획득한 타이틀 숫자는 합산이 곤란할 정도다.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정영식은 2012년과 2016년 대한탁구협회 선정 MVP를 두 번이나 수상했으며, 최근인 2022년 KTTA 어워즈에서는 남자탁구 인기상을 수상하는 등 선수생활 말미에도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화려한 전적 이전에 정영식은 ‘성실한 선수’로 더 유명했다. ‘연습벌레’로 통할 만큼 오로지 탁구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근면과 노력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실전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근성으로 숱한 풀-게임 역전승부를 연출하면서 ‘지지 않는 선수’로 불렸다. 올림픽에서는 아쉽게 끝내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중국의 당대 최강 마롱, 장지커 등을 상대로 엄청난 접전을 벌이면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었던 것도 예의 ‘성실한 플레이’의 좋은 예였다. 리우에서 마롱에게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고 벤치에 앉아 흘리던 ‘정영식의 눈물’은 아직도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다.
한국남자탁구의 인기를 오래 견인했던 스타 ‘빵식이’ 정영식이 2023년 12월 14일 공식적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정영식의 퇴장은 곧 뒤를 잇는 차세대 선수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형규, 박규현, 오준성 등 미래에셋증권의 젊은 선수들은 그 대표주자들이다. 미래에셋증권 남자팀 코치로서 ‘은퇴한 정영식’이 벤치에서 바로 그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선수는 접었으나 탁구는 계속된다. 다시 한 번!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시작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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