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PG 명작을 무료로 즐기는 기회 '옥토패스 트래블러'

최은상 기자 2023. 12. 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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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요소는 보완하고, 시스템 호평 요소인 배틀 요소는 한층 발전

옥토패스 트래블러 시리즈는 명작 반열에 오른 게임이다. 올드가 아닌 클래식, 수준 높은 퀄리티의 '고전 JRPG'를 표방하며 메타크리틱 평론가 평점과 유저 평점 모두 고득점을 받았다.

과거 JRPG가 갖고 있는 감성은 그대로 살린 채 HD-2D 그래픽, 현대적인 카메라워크, 화려한 이펙트 등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명성에 비해 패키지 게임이라서 접근성이 낮다. JRPG의 인기도 예전같지 않다. 

국내는 특히 더 그렇다. 고전 JRPG는 90년대 후반 만큼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장르가 아니다. JRPG를 접해본 이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장르가 내게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는데 4만8000원을 선뜻 쓰기 부담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시된 게임이 바로 모바일판 옥토패스 트래블러, 바로 '대륙의 패자'다. 모바일 게임답게 부분 유료화다. 즉, 누구나 무료로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캐릭터 뽑기가 주요 과금 모델인데 경쟁 요소는 없어 자기만족의 영역이다.

스퀘어에닉스는 자사의 대표 IP로 성장한 게임을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힌 것이다. 기존 팬들도 만족스럽다. 콘솔판과 다르게 업데이트로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덕분이다. 

콘솔판의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한층 발전시킨 작품이다. 수집형 기반의 싱글 플레이 게임이라서 내러티브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각 캐릭터 별 서사를 폭넓게 다룬다. 기존 강점인 전투 시스템은 이어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래픽이다. 대륙의 패자는 지난 2020년 일본에서 먼저 출시했다. 출시 시점 차이로 인해 한국은 '옥토패스 트래블러2'가 먼저 나왔다. 만약, 2편을 즐기고 대륙의 패자를 하면 오히려 그래픽이 퇴화한 것으로 느껴진다.

- 아무래도 2편을 즐기고 대륙의 패자를 하면 그래픽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진다 

 

장르 : JRPG
출시일 : 2023년 12월 7일
개발사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모바일



■ 원작과 결이 다른 어른용 잔혹 판타지

- 처음은 부, 권력, 명성 세 가지 루트를 골라 시작한다 

대륙의 패자는 원작의 스토리와 결이 다르다. 원작은 주인공의 목적을 위해 여행하는 서사에 초점이 맞춰진 '착한 스토리'였다면, 대륙의 패자는 권선징악 형태의 '악한 스토리'가 메인이다. 잔악무도한 '순수 악'이 대거 등장한다.

아주 끈적하고 어두운 어른용 스토리다. 원작 경험자라면 이 차이가 크게 다가올 것이다. 호감 가던 캐릭터를 서슴없이 죽여버린다거나, 결국 악의 종말로 챕터가 끝나지만 그 결말이 찝찝한 경우도 있다.   

첫 시작은 부, 권력, 명성 세 가지 루트를 선택해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각 챕터마다 스토리, 최종 보스가 모두 다르다. 언제든 다른 루트를 선택해 시작할 수 있다. 진행을 위해선 반드시 모든 루트를 클리어해야 한다.

- 굉장히 어둠고 축축한 내용을 그린다 

해당 루트를 모두 클리어하면 그 이야기는 한 곳으로 모여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포켓몬 9세대 스토리가 '챔피언 로드', '레전드 루트', '스타더스트 스트리트' 세 가지로 나뉜 뒤, 다시 하나의 스토리로 모이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각 캐릭터의 메인 시나리오가 서로 자연스럽게 얽히지 않는 시리즈 고질병은 해결됐다. 정확히는 원인이 삭제됐다. 원작은 8명의 주인공마다의 내러티브를 위주로 흘러간다. 각 인물 별로 스토리가 전개되니 서로 따로 노는 듯한 위화감이 들었다.

대륙의 패자는 '캐릭터의 서사'가 아닌 '사건의 서사'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간다. 인물이 아닌 사건에 집중한다. 각 인물의 서사는 여행자 스토리에서 별도로 전개된다. 그래서 원작에 비해 하나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으며 위화감도 덜하다. 

이는 8명의 트레블러로 고정된 원작과 달리 뽑기를 위해 매 업데이트마다 캐릭터가 추가되는 모바일 게임 특성에 맞춘 것이다. 게임의 구조적 특징에 잘 맞춘 스토리텔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처럼 2D 캐릭터의 말풍선 대화에만 스토리텔링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 각 캐릭터 별 스토리는 여행자 스토리에서 따로 감상할 수 있다 
- 2D 캐릭터의 말풍선 대화에만 스토리텔링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하다 

 

■ 호평받던 전투 시스템에 전략성과 편의성까지 플러스

- 약점을 공략해 브레이크 상태에 빠트린 뒤 극딜하는 것이 기본 전략 

전투는 파티 하나에 인원이 4명에서 8명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다. 호평 요소인 브레이크와 부스트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 순서상 2편에서 처음 추가된 '저력' 시스템은 대륙의 패자에 없다.

핵심은 원작과 같이 적의 약점 공략이다. 8가지 무기와 6개의 속성, 총 14개의 약점이 있다. 개체마다 보유한 약점의 개수와 종류는 다르다. 약점에 해당하는 무기나 속성으로 공격하면 타격 수 만큼 적의 실드 수치가 감소, 실드를 0까지 깎으면 브레이크가 발동된다.

브레이크에 빠진 적은 방어력이 감소하고 행동이 봉쇄된다. 표기 순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검, 창, 단검, 도끼, 활, 지팡이, 불, 얼음, 번개, 바람, 빛, 어둠' 순으로 고정된다. 이를 토대로 적의 약점을 유추하는 재미가 있다. 

- 부스트를 통해 스킬을 강화할 수 있다 

부스트는 BP를 소모해 기술 위력을 강하게 만들거나 타수나 지속 시간 증가시키는 시스템이다. 1턴에 BP가 1씩 회복되며 최대 5개까지 저장할 수 있다. 부스트로 적의 실드를 빠르게 깎거나, 한 번에 큰 대미지를 준다.

적을 빠르게 브레이크 상태로 만들고, 브레이크된 적에게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히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다. 원작에서 워낙 호평받은 시스템이기에 재미는 두말하면 입아픈 수준이다. 

파티는 8명으로 늘어난 대신 전열과 후열로 나뉜다. 전열은 전투조, 후열은 대기조로 체력과 SP를 매 턴마다 회복한다. 각 열은 유동적으로 교체할 수 있어, 전략과 상황에 맞춰 교대하는 플레이가 중요하다.

원작에는 없는 원버튼 기능도 추가됐다. 완전 자동은 없지만, 버튼 한 번으로 전투조 전원의 기술을 부스트시킨다. 부스트 포인트도 원작에 비해 2배 빨리 쌓여 스피디한 운영이 가능하다. 

- 약점 격파를 위해 최대한 다양한 직업의 캐릭터를 써야한다

 

■ 모바일 게임다운 숙제 콘텐츠과 내실 다지기

- 내실 콘텐츠인 영향력 

모바일 게임답게 일일/주간 퀘스트와 내실 콘텐츠가 존재한다. 하루에 배틀 5회 승리, 적 5체 제거 등의 퀘스트가 있다. 쉽게 말해 숙제다. 여타 게임과 마찬가지로 완료 시 소량의 뽑기용 재화를 보상으로 받는다.

토벌의뢰라는 던전 퀘스트도 있다. 매일 1회씩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경험치/재화 던전이다. 수주서는 매일 1개씩 받을 수 있으며 최대 7개까지 쌓인다. 따라서 며칠 플레이를 안 한다고 해서 부담이 가는 수준은 아니다.

- 일일/주간 퀘스트를 통해 소정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 토벌의뢰에서 대량의 경험치 및 재료를 얻을 수 있다 

무료로 배포하는 수주서를 제외하고 추가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유료 재화인 '루비'가 필요하다. 여타 수집형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되, 더 빠르게 육성하고 싶은 유저는 해당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다만, 효율은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내실 콘텐츠에 해당하는 건 '영향력'이다. 영향력은 퀘스트와 어빌리티를 활용해 올리는 능력이다. 필드 커맨드 및 캐릭터 스탯, 그리고 각종 시스템적 이점을 제공한다. 한 번에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효과가 쌓였을 때 비로소 빛을 본다.

이동속도, 물리 대미지, 속성 대미지 증가 등의 배틀 메리트부터 획득 리프(인게임 골드) 증가, 대장간 가격 할인, 캣링 출현율 증가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NPC마다 필드 커맨드를 위해 필요한 최소 영향력 수치가 있어서 꾸준히 올려줘야 한다.

- 영향력이 올라갈수록 각종 스탯이 쌓인다 

이를 위해 획득한 모든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 각 캐릭터의 단계 별 어빌리티마다 영향력을 추가할 수 있기 떄문이다. 퀘스트로 얻는 것 외에도 5성 캐릭터 기준 최대 220의 영향력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광고를 보고 추가로 경험치와 재료를 수급하는 '발견' 콘텐츠도 있다. 30초 분량의 광고를 모두 시청하면 대량의 경험치를 받는 '캣링' 몬스터를 토벌하거나,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 

- 캐릭터를 육성해 영향력을 올릴 수 있다 
- 광고 시청을 통해 추가수급도 가능하다 

 

■ 캐릭터 별 내러티브 매력은 아쉽다

- 메인 스토리에 뽑기로 뽑은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륙의 패자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호요버스의 '원신'과 비슷한 구조다. 경쟁 콘텐츠는 없고, 매 업데이트마다 스토리와 관련 콘텐츠를 즐기면 된다. 즉, 자신만의 템포에 맞춰 게임을 즐기면 된다.

뽑기를 하지 않아도 모든 콘텐츠를 소화 가능하다. 각 스토리 보스 클리어는 캐릭터 유무에 따라 난도가 천차만별이지만, 결국 자기만족의 영역이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딱 적절하다. 

캐릭터 뽑기는 원신처럼 순수하게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함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캐릭터 스킬과 조합을 맞춰 파티를 꾸리고 전투를 하는 게임이다. 캐릭터가 많으면 더 많은 조합을 꾸릴 수 있고 전투가 보다 유리해진다.

- 혼자서 3속성 모두 사용이 가능한 사이러스. 있으면 정말 편하다 

가령, 현재 픽업 캐릭터인 '사이러스'는 혼자서 화염, 빙결, 뇌격 3속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캐릭터가 있다면 남들이 3속성 캐릭터를 따로 쓸 때 하나의 캐릭터로 모두 대체할 수 있다. 사이러스가 없어도 깰 수 있지만, 있으면 훨씬 윤택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원신과 차이가 있다면 대육의 패자 뽑기 캐릭터가 메인 스토리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는 성능이나 외형 하나만 보고 뽑게 된다. '여행자 스토리'라는 콘텐츠에서 별도로 보여주긴 하지만 성에 차진 않는다.

원신이 경쟁 요소가 없어도 유저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연 이유에는 캐릭터의 매력적인 내러티브 때문이다. 인기 캐릭터 '라이덴 메이'나 '나히다' 등 모두 메인 스토리 개입과 활약이 있다. 캐릭터 디자인과 서사로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대륙의 패자는 아니다. 픽업 캐릭터 중 하나인 '테오'는 가문의 약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병에서 구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합류하는 캐릭터다. 서사가 부실하고 너무 평면적이다. 이를 보고 "와, 뽑고싶다"라는 생각이 들기 힘들다. 굳이 테오를 위해 지갑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성능도 그다지 좋지 않다.  

- 각 캐릭터 별 내러티브가 짧기도 하고템
장점

1. 매력적인 사건 중심의 어른용 마법 판타지 스토리
2. 한층 강화된 원작의 호평 요소인 브레이크 및 부스트 시스템 
3. 모바일 디바이스 특성에 맞춘 다양한 기능 추가



단점

1. 2D 캐릭터의 말풍선 대화에만 스토리텔링을 의존 지속
2. 각 캐릭터 별 깊이 있는 내러티브 부족 
3. 완전 자동 기능이 없어서 숙제할 때 다소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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