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어떤 반성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는 게 후회의 연속이다.
말을 해서 후회, 말을 안 해서 후회, 말을 잘못해서 후회.
며칠 전에도 후배에게 도 넘는 말장난을 치다가 탈이 났다.
올해 가장 후회되는 말실수.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말글살이]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사는 게 후회의 연속이다. 말을 해서 후회, 말을 안 해서 후회, 말을 잘못해서 후회. 집에서는 말이 없어 문제, 밖에서는 말이 많아 문제.
나는 천성이 얄팍하여 친한 사람과는 허튼소리나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탈이 난다. 며칠 전에도 후배에게 도 넘는 말장난을 치다가 탈이 났다. 아차 싶어 사과했지만, 헤어질 때까지 굳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 상대방을 살피지 않고, 땅콩 까먹듯이 장난질을 계속하니 사달이 나지.
올해 가장 후회되는 말실수. 지난여름, 어느 교육청 초대로 글쓰기 연수를 했다. 한 교사가 ‘약한 사람들이 할 일은 기억, 연대, 말하기’라고 말한 이유를 물었다. 거기다 대고 나는 ‘뻘소리’를 했다. “교실에서 제일 힘센 사람은 선생이잖아요. 뭘 하라고도 할 수 있고, 하지 말라고도 할 수 있는…. 그러니 잘 견딥시다.”
잘못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 거였는데, 마음을 고쳐먹으라는 소리나 하다니. 그러곤 얼마 안 있어 교사들의 비극적 선택 소식이 이어졌다. 아찔했다. 교사들은 죽음을 감행할 정도로 깊은 좌절감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교사인 처제도 학생의 해코지가 두려워 얼마 전 노모를 모시고 이사를 갔다). 폐허로 변한 교실, 붕괴된 교육체계를 응시하기 위해서라도 말을 더 나누며 연대의 길을 찾아보자고 해야 했는데…. 그 말이 들어 있는 글을 다시 보니 ‘죽음은 개인이 당면해야 할 일이지만 개인에게 모든 걸 맡기지 않는 것, 죽음에 대해 말함으로써 죽음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씨불이고 있었다.
말에서 비롯한 잘못은 자기감정이 과잉되거나 자기 확신이 강해서 생긴다. 무엇보다 상대를 넘겨짚다가 결국 큰코다친다. 나는 말이 앞서는 사람이다. 몹쓸 놈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기현 출마 고집에 윤 대통령 격노…대표직 사퇴로 일단 봉합
- “당대표 관두면 울산 출마는 놔두나”…김기현 앞날에 암운?
- ‘가자 전쟁’ 브레이크 거는 미국, 이스라엘과 파열음…갈라서나
- 김 여사 명품백 의혹 ‘쿨하게’ 수사하라 [아침햇발]
- 가수 박유천·배우 박준규 세금 수억 안 내…체납자 8천명 공개
- 황선우, 우상혁도 해병대 훈련받는다
- [단독] ‘김순경 살인 누명’ 그 검사, 김홍일 후보자였다
- ‘구속 기로’ 송영길 “100번 압수수색, 인멸할 증거 없어”
- 임성근 고소한 해병대 생존 병사 “이적 행위는 당신이 했다”
- [단독] 해병대, 대통령실 통화 24분 뒤 ‘이첩 사건’ 도로 회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