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파라 인수로 美 물꼬 튼 루닛···"매출 2년 내 1000억 목표"

박효정 기자 2023. 12. 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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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특화기업 2525억에 품어
매출 96% 美서 나와···점유율 42%
서양 여성 유방 이미지 1억장 보유
2025년 내 루닛 흑자 전환도 자신
서범석 루닛 대표가 14일 루닛스퀘어에서 열린 유방암 특화 인공지능(AI) 기업 ‘볼파라’ 인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루닛
[서울경제]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볼파라) 인수가 완료되면 내년 하반기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2년 이내 통합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입니다.”

서범석 루닛(328130) 대표는 14일 루닛스퀘어에서 열린 유방암 특화 인공지능(AI) 기업 ‘볼파라’ 인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루닛은 이날 이사회에서 1억 9307만 달러(약 2525억 원)에 볼파라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루닛 창립 이래 첫 해외 기업 인수다.

이번 인수의 가장 큰 의미는 루닛이 AI 의료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볼파라는 뉴질랜드 소재 기업이지만 전체 매출 96.5%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 전체 유방 촬영술 검진 기관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곳 이상에서 볼파라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서 대표는 “미국은 AI 수요도 확실하고 AI 기술에 의료보험 수가가 적용되는 가장 앞서 나가는 나라지만 인허가가 늦어지는 바람에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취약한 시장이었다” 며 “미국 시장을 선도하고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볼파라 인수를 계기로 시장 진입 기간을 2~3년은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볼파라의 안정적인 매출 흐름도 장점이다. 3월 결산 법인인 볼파라는 올 3월 기준 매출 3500만 뉴질랜드 달러(약 282억 원)로 전년 대비 34%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63%에 달한다. 특히 병원과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장기 계약을 맺어 연간 구독 형태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루닛은 내년 중 볼파라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볼파라가 기존에 제시했던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인 2025년에서 1년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2년 이내 루닛과 볼파라의 통합 매출이 충분히 1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루닛도 2025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에는 루닛 같은 AI 기업에 필수 데이터를 매년 2000만 장 이상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정밀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서양권 여성 약 1억 장의 유방 촬영 이미지를 보유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동의를 받아 법적 분쟁 가능성을 해소한 데이터라는 것도 중요한 강점이다.

서 대표는 “기존 솔루션 개발을 위해 학습한 30만 장의 데이터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었는데 볼파라 데이터를 확보하면 경쟁사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큰 격차를 벌리게 되는 것”이라며 “데이터 1장당 가치가 3000~4000원이라는 점에서 볼파라의 데이터만으로 3000~400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볼파라의 시장 가치가 높은 만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인수 경쟁도 치열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데이비드 메초프레트 볼파라 미국사업총괄부사장은 여러 글로벌 기업 중 루닛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수년간 유방 촬영술 업계에서 컴퓨터도면설계(CAD) 제품을 내놨지만 루닛은 시간과 노력, 자금을 투입해 견고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며 “루닛은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많이 내놨고 연구 실력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볼파라와 공통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루닛은 이번 볼파라 인수를 위한 자금을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볼파라가 내년 2분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75%의 동의를 얻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기까지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유상증자로 확보한 2000억원 안에는 볼파라 인수가 포함되지 않아 새로운 자금이 필요하다”며 “보유현금, 인수금융, 기관투자자 투자 유치 등을 균형감 있게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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