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합계출산율 0.65명
문제가 뭔지 알고 그 해답도 아는데, 해결을 못하고 상황만 더 나빠지는 사안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인구 감소 문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암울한 소식이 쏟아지더니 또 하나의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50년 뒤인 2072년에 태어나는 아기는 16만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아기가 태어난 해는 1971년 102만4773명이다. 1972년에는 95만2780명이 태어났다. 통계청 추계대로라면 100년 사이에 신생아 출생이 5분의 1 아래로 줄어드는 셈이다. 한 명의 여성이 생애 동안 낳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내년 0.7명 밑으로 내려가고, 2025년에는 0.65명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수명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인구수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명이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생 시험에도 저출생 실태와 해결 방안을 묻는 문제가 단골로 출제된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11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동원한 중장기 심층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해결책도 내놨다. 가족 관련 정부 지출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0.055명, 육아휴직 기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리면 0.096명, 도시인구 집중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면 0.414명만큼 합계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방향은 정해졌고, 실천이 중요하다. 다만 통계청 자료나 한은 보고서는 저출생을 지나치게 국가와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생산과 소비 축소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 노인부양 비용으로 인한 재정부담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과연 아기를 낳아야 하는 것인가. 저출생이 국방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북한의 남침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 들으면 황당함을 넘어 소름이 돋는다.
아기는 국가의 부족한 인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의 출발과 끝은 아기가 인구가 아닌 인간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땅에서 태어난 아기는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행복한 삶을 살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자세와 다짐이 필요하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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