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되고, 멀어진 흔적을 감각한다는 것”.. 어느 가족의 유대를 위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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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과수유인끈'을 소재로 부모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담아낸 조형물 공간 설치와 오브제 평면 10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확철이 되면 쓸모를 다해 버려지는 '과수유인끈'을 보고 '부모님의 세월과 마음까지 버려졌다'고 느낀 작가는, 버려진 끈을 활용해 부모에 대한 마음을 작품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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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관덕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18일까지 설치, 오브제 평면 10점 선봬
#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을 향하는 계절. 치솟는 감귤의 무게를 지탱하려 비닐하우스 곳곳, 가지마다 줄을 묶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귤이 커지고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7~8월, 가지가 부러지지 않게 하우스 철골 구조물에 열매가 자라는 부분의 가지를 하나씩 위로 매달아야 합니다. 행여 가지가 무거워 아래로 떨어지면 햇빛을 보는 것도 어려워져, 다시 열매가 고개를 들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작업이자 흔한 농가의 일상이지만 한계절을 관통하는 온실 속 땀에 젖은 풍경은, 열매 수만큼 반복된 노동의 시간과 가장으로서 책임의 무게,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작가에게 각인됐습니다.
지난 12일 제주시 관덕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시작한 현초인 작가의 ‘버린다고 사라지는 것일까’ 전입니다.
농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과수유인끈’을 소재로 부모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담아낸 조형물 공간 설치와 오브제 평면 10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확철이 되면 쓸모를 다해 버려지는 ‘과수유인끈’을 보고 ‘부모님의 세월과 마음까지 버려졌다’고 느낀 작가는, 버려진 끈을 활용해 부모에 대한 마음을 작품화했습니다.
그 과정에 자투리가 남겨지고, 자투리까지 작품으로 담아낼 수 없자 작가는 “제 손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버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그렇게 이어진 고민 끝에 찾은 나름의 답은 ‘물질적인 것이 버려졌다고 그 마음마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었다고 말합니다.
과거, 지나간 시간들을 가시화하고 구현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쩌면 사소한 작가 개인의 감각들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시간인식의 과정 중에 희미해진 흔적이거나, 또는 개개인의 체계에 의해 배열되면서 새로운 집합체로 형태를 이룬 또다른 기억으로 환기될 수 있다는데서, 작품은 새로운 창작 혹은 재현의 장으로 한 발짝 내딛습니다.
때문에 작가는 “(나의)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 순간이 기억될 수 있는 울림으로 다가가 ‘비물질적인 가치’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시 취지를 전했습니다.
전시는 18일까지, 관람은 전시기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 예약제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제주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2023년도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 후원으로 마련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빈공간' 인스타그램을 참고하면 됩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박사과정 중인 작가는 제주대학교(문화조형디자인), 숙명여대 석사(조형예술학과)를 마쳤습니다. ‘삶을 녹여내다’(2012)와 ‘푸른 땀방울’(2022) 등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47회 제주도미술대전 선정작가(2021)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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