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계은퇴 임박한 총리와 ‘반도체 동맹’ 맺고온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3박4일간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마쳤다. 윤 대통령은 전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동맹 구축에 합의했고, 공동성명에도 ‘반도체 동맹’을 넣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지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이 “명실상부한 반도체 동맹으로 발전하는 튼튼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이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걸 비롯해 반도체 관련 양해각서 3건이 체결된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의 협력 강화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업 차원에서 이미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방문으로 어떤 새로운 성과를 거뒀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R&D센터는 ASML 대표가 지난해 한국 방문에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국의 공동성명에는 “양국 정상은 반도체 동맹에 대한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다. 나머지도 기존 약속의 ‘재확인’과 ‘환영’이 대부분 이다. 그렇다면 이번 방문으로 양국의 협력관계가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됐고 이를 최초로 명문화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성과 부풀리기’ 아닌가.
뤼터 총리는 지난 7월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뤼터 총리 정부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과도 내각이어서 외국과 새로운 약속을 할 처지가 아니다. 곧 해체될 내각과의 합의가 다음 정부로 이어질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르며 정치적 격변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네덜란드 방문은 시기를 조정했어야 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이미 세 번이나 만난 사이다. 꼭 만나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 지난달 프랑스 방문 계기를 활용하는 게 나았다. 이렇다 할 외교현안이 없는 데다 국가정상이 은퇴 예정인 나라를 단독 방문한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네덜란드 국왕 초청으로 잡힌 일정이어서 바꾸기 어렵다고 하겠지만, 방문 일정이 발표된 것은 뤼터 총리가 은퇴를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나서였다. 네덜란드와 협의해 일정을 조정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방문 계획을 짤 때 총리의 은퇴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강행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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